中자동차기업들, 해외車업체 무차별 사냥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기업들은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중국은 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떠올랐다. 특히 중국 토종 자동차기업들은 탄탄한 자국 시장을 발판으로 세계 선진 자동차회사 인수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 이들은 선진회사들의 브랜드와 기술력을 흡수해 한 단계 도약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외 인수 열기가 지나치다는 우려도 나온다.

○ 매물 사냥에 나선 중국 자동차기업들

베이징(北京)자동차는 스웨덴 볼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회사는 독일 자동차회사 다임러가 중국 측과 함께 푸젠(福建) 성에 세운 상용차공장의 중국 측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다. 베이징차는 올해 세계 자동차기업 인수합병(M&A)시장의 단골손님이다. 베이징차는 GM의 독일 자동차회사 오펠을 인수하려다 실패했고 GM의 스웨덴 자동차회사 사브에 대해서도 인수설이 나돌았다.

지리(吉利)자동차는 3월 5600만 달러를 들여 자동변속기 분야 세계 2위인 오스트리아의 DSI사를 인수했다. 지리 차도 최근 볼보 인수에 뛰어들었다. 6월에는 중국 쓰촨(四川) 성에 있는 중장비제조회사인 텅중(騰中)중공업이 GM의 허머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7월 초 광저우(廣州)자동차는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와 함께 50 대 50으로 4억 유로(약 5억7000만 달러) 상당을 투자하는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이번 계약으로 피아트는 중국 내에서 최대 14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게 됐다.

또 중국의 자동차부품회사 완샹(万向)그룹은 락포드 포스게이트 같은 세계 자동차부품회사 지분이나 자산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완샹그룹은 자동차부품 분야에서 세계적 그룹으로 성장했다.

○ 고개 드는 회의론

중국 경제전문 중궈징지(中國經濟)주간은 중국 자동차회사들의 해외업체 인수를 두고 ‘뱀이 코끼리를 먹은 것’처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잡지는 난징(南京)자동차가 2005년 영국 최대 자동차그룹 로버의 MG브랜드와 생산시설을 사들인 뒤 자금난을 겪은 사실을 거론했다. 난징차는 이후 상하이(上海)자동차에 합병됐다. 올해 빅 이벤트였던 텅중의 허머 인수도 도마에 올랐다. 잘못 샀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는 데다 가격 협상마저 순조롭지 않아 인수가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찬징(産經)신문도 최근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중국 자동차기업들은 겉보기에는 자금이 넉넉한 것처럼 보이지만 인수한 뒤의 경영자금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국제 수준의 경영관리 능력과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복안을 갖고 있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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