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딸은 되는데 난 왜 안돼?”

미국 백악관은 `책임있는 의료를 위한 의사회(PCRM)'라는 단체가 지난주 워싱턴DC 지하철역에 설치한 벽 광고에서 대통령의 두 딸을 언급한 것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즉각 광고를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1일 전했다.

문제의 광고에는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공립학교에 다니는 8살짜리 흑인 여자아이 재스민 머사이어가 등장해 "대통령 오바마의 딸들은 영양가 있는 학교 급식을 먹는데 왜 난 안되지?" 하고 속으로 생각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채식주의자인 머사이어가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채식을 선택할 수 없는 점을 불평한 것.

이 광고에 오바마의 딸인 말리아와 사샤의 이름이 거명되거나 그들의 사진이 게재되지는 않았지만 '오바마의 딸들'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 자식들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게 백악관의 입장이다.

PCRM측은 채식 식단 마련 등 공립학교 급식 개혁을 위한 입법의 필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2만 달러를 들여 이번 광고를 제작, 지난 4일부터 의사당 인근의 유니언 역에 대형 벽 광고 14개를 전시하기 시작했다.

닐 버나드 PCRM 회장은 문제의 광고가 설치된 후 백악관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광고를 철거하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주변의 반응이 매우 좋다"며 약정된 광고 전시기간까지 철거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버나드 회장은 "잘 사는 아이들이 질 좋은 음식에 접근할 수 있다면, 가난한 아이들도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 우리는 그런 공정함을 위해 투쟁할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 딸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광고카피는 중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광고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도 있다. 공화당의 정치전문 컨설턴트인 프랭크 룬츠는 "백악관의 대응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자식들을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것은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는 지난 1월 한 완구회사가 사샤와 말리아라는 이름을 붙인 인형을 제작 판매하자 딸들의 이름 사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결국 완구회사는 이름 사용을 포기한 적이 있다.

인터넷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