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안마당’ 중남미 파고든다

  • 입력 2009년 7월 18일 03시 00분


美금융위기 틈타 적극 공략… 브라질과 교역 1위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처리에 집중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는 사이 중국이 공격적으로 ‘미국의 안마당’ 중남미 지역을 파고들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 이어 석유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의 공급 지역으로 중남미 국가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7일 보도했다.

○ 중남미 각국 특성 따라 ‘맞춤형 공략’

중국은 지난해 막대한 자금력으로 코스타리카를 대만과 단교하게 한 뒤 7400만 달러에 이르는 대형 축구장을 기증했다. 남미 최대의 경제국인 브라질과는 미국을 제치고 제1의 무역국이 됐고, 인도 러시아와 함께 ‘브릭스’ 멤버로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또 공자학원을 늘려 중국 문화를 보급하는 한편 자국민이 더욱 많이 중남미로 여행하도록 장려하기도 한다. 2004년에 브라질에 중국어 학원을 연 한 중국인 여성은 “브라질 최대의 정유회사 사장도 학생으로 등록했다”며 “브라질의 미래 언어는 중국어라고 얘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만큼 현지에서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리오단 로에트 교수는 “중국은 국가 주도로 중남미 전 지역에 중국을 심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공격적인 진출을 하면서도 군사적으로는 낮은 자세를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 이는 1823년 이후 ‘먼로주의’(미국은 유럽에 간섭하지 않을 테니 유럽도 미국 세력권인 중남미에 간섭하지 말라는 불간섭주의 외교정책)를 표방하는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중남미 간 무역은 2000년 100억 달러에서 2008년 1400억 달러로 14배나 증가했다. 이 신문은 “10년 전만 해도 중남미에서 중국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지금은 전 지역을 석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중국 팽창에 우려와 견제 분위기도

중국은 미국과 달리 ‘불간섭 외교정책’을 펼쳐 환영을 받고 있다. 즉, 경제협력 관계를 추진하면서 반부패 투명성 인권 향상 등 상대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을 절대 묻거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중국의 이런 태도는 서방 국가의 공격 빌미가 되기도 한다. 중국은 아프리카 수단에서도 이런 태도로 일관해 수단의 다르푸르 사태처럼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 정권을 지원한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는 중국의 진출을 환영하거나 팽창을 불가피한 대세로 보고 있다. 페루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많은 중국인 근로자가 페루에 건너와 역사적인 유대가 깊다는 것을 강조하며 중국과 더욱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국이 중남미 국가와 교류하는 데 일종의 지역 허브로서의 지위를 차지하려 고심할 정도다. 중국 진출에 대해 우려와 견제 분위기도 없지 않다. 미국과 멕시코로의 의류 수출이 늘면서 멕시코의 의류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페루에서는 환경오염에 개의치 않고 마구잡이로 이뤄지는 광산 개발에 대한 반발도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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