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는 애팔래치아 산맥의 품안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정부(情婦)의 품에 있었다.' 가족과 참모들도 모르게 잠적해 미국 정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마크 샌포드 주지사(49)가 24일 모습을 드러냈다. 2012년 미국 대선을 향해 뛰는 공화당 유망주 가운데 한명인 샌포드 주지사는 잠적 엿새만인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애팔래치아(미국 동부의 남북을 잇는 산맥) 트레킹을 갔다'는 비서실의 설명은 다르다"고 서두를 꺼냈다. 그리곤 폭탄 고백을 했다. "8년전 우연히 한 아르헨티나 여성과 만났다. 그 여성은 남편과 별거중이라고 했다.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두 아이를 생각해 남편과 재결합하라고 조언했다. 결혼은 신성한 것이라고 하면서. 그리고 그녀의 e메일 주소를 받았다. 그녀는 아르헨티나로 돌아갔고, 나는 미국으로 돌아왔다. 순수한 만남이었다. 그런데 그후 e메일을 주고받다가 1년전쯤부터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그후 두 번 아르헨티나를 비밀리에 찾아가 그녀를 만났다. 그리고 이번에 세 번째로 아르헨티나로 가 만났다…". 샌포드 주지사는 "아내에겐 5개월전쯤 털어놨다. 나는 아내에게 신의를 지키지 못했다. 나는 아내에게 상처를 줬다. 아이들(아들 4명)에게도 상처를 줬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오로지 사과한다는 것 뿐이다"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는 또 주지사 비서실이 22일 오후 "주지사는 애팔래치안 트레킹중"이라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비서실에도 거짓말을 했다. 그들에게도 사과한다"고 말했다. 샌포드 주지사가 18일부터 휴대전화를 끈 채 가족이나 비서들도 모르게 잠적해버리자 주 의회는 주지사 권한을 잠정적으로 부지사에게 이양하는 방안까지 논의했고, 비서실은 22일 "주지사가 애팔래치아산맥의 트레일 코스를 하이킹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 의회 회기가 끝난 뒤 며칠 동안 자리를 비운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고 발표했었다. 주지사의 부인 제니 샌포드(46)여사는 이날 성명을 발표,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된뒤) 남편과 나는 나의 존엄성과 자존심, 그리고 분별력을 지키는게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결혼생활을 궁극적으로 강화하는걸 목표로 시험별거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그에 따라 2주전쯤 나는 남편에게 집을 떠나달라고 요청했고 우리는 별거기간중 서로 연락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지역신문인 '더 스테이트'는 25일 샌포드 주지사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마리아'라고 불리는 여인 사이에 오간 e메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12월에 이 e메일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주지사 사무실은 e메일의 진위에 대해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샌포드 주지사가 보낸 e메일은 "당신은 정말로 우아한 사람이오…소식을 받은지 1주일 밖에 되지 않았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요" 등 정중하면서도 진솔한 사랑을 고백하고 있다. 마리아의 답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당신은 내 사랑…불가능한 사랑, 거리 때문이 아니라 상황 때문에… 나 스스로도 믿기 힘들어요"라고 썼다. 샌포드 주지사는 이날 공화당 주지사협의회 의장직을 사임했다. 하지만 임기가 18개월 남은 주지사직 사임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연방 의원시절 주택수당 수령을 거절한채 의사당 사무실에서 침식을 하고 비서들에게도 이면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검소한 생활로 유명했다. 올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각 주에 지급되는 연방정부의 경기부양자금 수령을 거부해 비판과 찬사를 동시에 받기도 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