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불복 시위 주말이 분수령

  • 입력 2009년 6월 19일 02시 56분


하메네이 금요기도회 주도… 전국 대규모 시위 가능성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6일째 이어지고 있는 이란은 이번 주말이 정국의 향방을 결정짓는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이란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주도하는 금요 기도회가 열릴 예정인 데다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헌법수호위원회가 20일 낙선후보 초청 간담회를 갖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사실상 신정(神政)국가인 이란에서 최고 권력을 갖고 있는 하메네이가 갈등 봉합을 위해 어떤 방안을 제시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메네이는 개표 당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의 승리는 축제나 다름없다”며 대선 결과를 인정하고 당선자에게 축하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정국이 혼미에 빠진 상황에서 그가 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타협책을 내놓지 못하거나 오히려 강경 진압을 강조하는 말을 한다면 갈등은 최악의 상황으로 고조될 수도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자칫 신정체제 자체를 흔들 권력투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18일 “이란의 경우 성직자들의 움직임이 사태의 열쇠가 될 수 있다”면서 “수천 명의 추종자를 거느린 지방의 중도 보수 고위 성직자들이 현 정부에 반대하면 사태의 향방이 바뀔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BBC는 “부정 선거가 계기가 되어 이란 내부의 보·혁 갈등, 신정체제에 대한 불만 등 오랫동안 억압된 목소리가 한꺼번에 분출됐다”며 “이번 시위가 단순한 반정부 시위에서 이란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투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도 18일 “중국의 톈안먼(天安門) 사태처럼 대규모 유혈사태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AFP통신은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는 목요일과 금요일이 주말이기 때문에 시위대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주말 집회에는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와 모하메드 하타미 전 대통령까지 참석할 예정이다.

이란 프레스TV 등은 대선 결과 무효를 주장하는 무사비 전 총리 지지자들이 18일 오후(현지 시간) 시위 도중 민병대의 발포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규모 집회를 테헤란 주요 광장에서 열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검은 옷을 입고 시가지를 행진하며 재선거를 요구했다. 17일에는 이란 보수주의의 상징인 ‘검은 차도르’로 온몸을 감싼 여성들까지 시위에 나서는 등 중상류층부터 학생, 택시운전사, 노인, 공무원 등 나이와 직업·연령을 초월해 참여하고 있다.

헌법수호위원회는 아마디네자드 당선자를 제외한 3명의 다른 후보에게서 모두 646건의 불법선거 사례를 접수해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란 정부는 17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등이 이란 대선과 관련해 내정간섭을 하는 발언을 했다며 이란에서 미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하고 있는 스위스대사를 불러 강력하게 항의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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