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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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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선거에서 낙선한 뒤 결과에 불복하고 있는 개혁파 후보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는 17일 선거 결과 취소를 거듭 요구하면서 18일 평화로운 방식의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밝혔다. 무사비 전 총리 지지자 수만 명은 이날 테헤란 중심가에서 5일째 시위를 벌였다.
무사비 전 총리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수많은 우리 동포가 다치거나 순교했다. 평화적인 시위에 참여하거나 사원에 모이는 방식으로 (희생된 시위대에 대한) 연대감을 보여줄 것을 당부한다”며 자신도 시위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테헤란 시내의 사원에서 침묵시위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무사비 전 총리가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 의사를 재확인하고 시위 참여를 촉구한 것은 전날 이란의 최고 종교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무사비 전 총리에게 선거 결과를 수용하라고 촉구한 것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개혁성향의 인사들도 재선거를 촉구했다. 200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반체제 변호사 시린 에바디 씨는 이날 “국제사회의 감독 아래 대선이 다시 치러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혁파 성직자의 상징적 인물인 아야톨라 알리 몬타제리도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번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무사비 전 총리 지지자들은 16일 오후 테헤란 북부 바나크 광장에서 이란 관영 TV 본사를 잇는 1.5km 구간에 걸쳐 선거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지지자들도 같은 시간대에 개혁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장소 근처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미국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이란과 강력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란 정부가 국내외 취재진의 활동을 철저하게 제한하는 가운데 개혁파 성향의 시민들은 단문 메시지 블로그 사이트인 트위터, 친목 사이트인 페이스북,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 등을 통해 서로 연락을 유지하고 기존 언론매체를 대신해 시위 관련 뉴스 사진 동영상을 외부로 보내는 사이버 시위를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인터넷을 통해 시위 관련 소식이 계속 퍼져나가자 이란 혁명수비대는 17일 “긴장을 조성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인터넷 언론매체들에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이 이 매체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