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허머’ 中기업에 팔렸다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브랜드인 ‘허머’ 차들이 2일 일리노이 주 자동차 매장에 전시돼 있다. 샤움버그=AFP 연합뉴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브랜드인 ‘허머’ 차들이 2일 일리노이 주 자동차 매장에 전시돼 있다. 샤움버그=AFP 연합뉴스
브랜드 가치 1억달러… “中, 美 자동차 공략 신호탄”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가 자구책으로 허머 브랜드를 중국 기업에 팔기로 했다. GM은 2일 성명을 통해 허머 브랜드를 중국의 텅중(騰中)중공업기계유한공사에 팔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언론은 “오랫동안 숙원이었던 미 자동차업체 인수에 성공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 미 자동차 산업의 자존심을 사다

GM은 양사가 허머 매각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으며, 텅중 사는 앞으로 GM과 장기 부품공급 계약도 맺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쓰촨(四川) 성에 위치한 텅중 사는 특수 기계, 고속도로 및 교량건설용 부품, 에너지 생산시설, 건설용 중장비 등을 생산하는 회사다. 총자산이 14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자동차는 제조하지 않았지만 이번 인수를 계기로 최고급 오프로드 차량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텅중 사는 “허머는 앞으로도 미국을 사업 기반으로 할 것이며 허머의 경영진 또한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용 차량으로 개발된 허머는 1985년부터 미군에 납품되기 시작했으며 1991년 걸프전 때는 전장을 누비며 세계적 명성을 쌓았다. 이후 민간에도 판매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GM은 현재 보유 중인 8개 브랜드 가운데 시보레, 캐딜락, 뷰익, GMC 등 4개만 남기고 허머 등 나머지 4개는 매각 또는 폐기하기로 했다.

GM은 아직 가격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매각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금융계에서는 허머의 브랜드 가치가 약 1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빌 버튼 백악관 부대변인은 “GM의 허머 브랜드 매각이 가시화됐다는 것은 3000명의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유지하게 됐다는 점에서 기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사회과학원 공업경제연구소 저우민량(周民良) 연구원은 “허머가 기름 소비가 많고 고가 자동차여서 판매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며 허머 브랜드 매입에 신중했어야 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 중국의 지속적인 미 자동차 공략

중국 토종 브랜드가 영국(MG 로버)이나 한국(쌍용자동차)의 자동차 업체 지분을 인수한 적은 있으나 자동차 종주국인 미국 업체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미국 자동차 업체의 브랜드나 자산을 인수하려 한다는 설은 무성했다.

올해 지리(吉利)는 미국 포드사 스웨덴 브랜드 볼보를 인수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베이징자동차도 미국 GM의 독일 자회사인 오펠을 인수하려 한다는 설이 있었으나 오펠은 캐나다 업체에 매각됐다. 또 치루이(奇瑞)도 미 크라이슬러 지분을 매입하려 했으나 미국 내 반대 여론 등에 직면해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연구원 베이징사무소 조철 박사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기술력과 브랜드가 있은 선진 업체들을 매입해 자동차 산업을 고도화하려 하고 있다”며 “첨단 기술의 부품업체까지 갖추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중국 자동차 업체가 출현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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