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첫 천민출신 女국회의장 탄생할듯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4분


쿠마르 장관 하원의장 지명

인도 사상 처음으로 최하층계급인 불가촉천민(일명 달리트) 출신의 여성 국회의장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집권 국민회의당은 31일 달리트 출신 여성 정치인인 메이라 쿠마르 장관(64·사진)을 제15대 연방 하원의장 후보로 지명했다고 ‘인디안 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쿠마르 장관은 물자원장관으로 임명된 지 이틀 만에 다시 하원의장에 지명됐다. 국민회의당이 주축이 된 연정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어 쿠마르 장관의 의장 선출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아비셰크 싱비 국민회의당 대변인은 “국민회의당은 그동안 첫 여성 총리(인디라 간디), 최연소 총리(라지브 간디), 첫 여성 대통령(프라티바 파틸)을 배출한 바 있다”며 “이번 임명으로 또 하나의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쿠마르 장관이 하원의장에 선출되면 인도는 집권 연정 의장과 대통령, 하원의장 등 핵심 요직을 모두 여성이 차지해 ‘여성 정치 전성기’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쿠마르 장관의 내정에는 집권 연정 의장이기도 한 소냐 간디 국민회의당 총재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디 총재는 쿠마르 장관을 하원의장으로 내세워 당규에 따른 입법부 여성 할당 문제를 해소하고 ‘소외 계층에 대한 사회적 배려’라는 선거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강력하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마르 장관은 인도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는 달리트 출신이지만 막강한 정치적 배경 속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1970년대 3차례의 장관을 거쳐 부총리까지 지낸 인물이며 남편은 대법관까지 오른 유명 법조인이다. 쿠마르 장관 자신도 1973년 외교관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1985년 직업 정치인으로 변신했으며 최근까지 3차례 총선에서 당선된 바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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