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 돈이 돌기 시작했다

  • 입력 2009년 5월 15일 02시 56분


《‘훈풍 부는 미국과 찬바람 직전의 유럽.’ 두 대륙 금융권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를 마무리 지은 미국은 일단 시장의 신뢰를 회복했다는 평가 속에 자금 조달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반면 금융위기 여파에 휘청거리는 유럽 은행들은 늑장대처 논란 속에 재무상태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유럽 은행권의 위기는 실물경제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까지 나오는데….》

얼어붙었던 미국 금융시장에 돈이 돌기 시작했다. 금융권은 물론이고 기업들도 증자와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조달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하듯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3일 “금융시스템이 치유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 들어 지금까지 미국 상장기업의 증자 규모가 549억 달러에 이르러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달 들어 미국 기업들은 289억 달러 규모의 주식과 전환사채를 발행해 3월 한 달간 발행규모(65억 달러)의 4배를 넘었다. 또 4월 이후 정크본드는 130억 달러 이상이 판매됐고 올해 투기등급의 회사채 판매는 1995년 이후 최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리스프라이빗뱅크의 잭 에이블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치유과정’이 시작됐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자금조달이 늘고 있는 것은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10개 금융기관이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은 데다 그동안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이 최근 주가 상승 등을 틈타 미뤄뒀던 증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

웰스파고와 모건스탠리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은 은행 중 처음으로 8일 유상증자와 채권발행을 통해 각각 75억 달러씩의 자금을 조달했다. 또 뱅크오브뉴욕멜런과 US뱅코프, 캐피털원 파이낸셜 등이 잇달아 증자 계획을 밝혔다.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졌다. 포드가 15억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주식공모를 진행 중이고 알코아, 뉴웰 러버메이드, 잉거솔랜드, 글로벌홀딩스 등도 잇달아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13일 지역은행 대표들과 만나 “부실자산으로 허덕이던 금융시스템의 고통스러운 조정 과정이 상당 부분 마무리돼 은행권 대출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며 “금융산업 전반에 구조조정이 계속 이뤄져야 하지만 조정 과정의 상당 부분은 끝났다”고 강조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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