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모리, 살인-납치 명령 혐의 25년형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01분



페루 특별재판부는 7일 재임기간 중 살인과 납치를 명령한 혐의로 기소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71·사진)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특수부대를 투입해 반군과 무관한 민간인 25명을 살해하는 비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점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판결 뒤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일본계 이민 2세로 1990년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부터 좌파 반군세력 소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1991년 수도 리마에서 특수부대를 동원해 민간인 15명을 살해하고 1992년에는 칸투타대에 특수부대를 파견해 학생과 교수 10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1992년 자신에게 비판적이던 언론인과 사업가를 납치하도록 정보기관에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법정 밖에서는 후지모리 지지자 수백 명과 희생자 유가족 50여 명이 막대기와 주먹을 휘두르며 몸싸움을 벌였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으로 페루는 둘로 갈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기 초반 사회를 안정시키고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1992년 4월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의회를 해산하면서 독재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2000년 5월에는 3선에 성공했지만 부정선거와 횡령 의혹 등이 제기됐고 측근이 야당의원을 매수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되자 일본으로 도피했다. 이후 일본과 페루에서 도피생활을 하다가 2007년 9월 칠레에서 체포돼 페루로 송환된 뒤 2007년 12월 권력남용 혐의로 징역 6년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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