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처럼 피었다 진 日 ‘벤처신화 F5’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요즘 일본에서는 ‘잘나가던’ 한 포털회사의 사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대형 포털회사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三木谷浩史·44) 사장이다. 그는 ‘인터넷과 방송을 융합하겠다’는 의욕을 보이며 지난 3년 반 동안 일본민영 TV 지상파 방송 TBS를 손에 넣으려 애썼지만 1일 보유 중인 TBS 주식 19%를 헐값에 매각하기로 하고 결국 손을 뗐다.

이 소식에 이날 한 신문은 ‘라쿠텐은 자본의 논리만 믿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식을 사 모아서 적대적으로 인수합병(M&A)을 하면 네가 어떻게 하겠느냐는 ‘교만함’이 실패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라쿠텐 내부에서는 주주총회에서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은 미키타니 사장의 독주에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문은 그의 행보가 주가조작과 분식회계로 2006년 창업주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37) 씨가 체포당한 뒤 망한 포털업체 ‘라이브도어’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1996년 자본금 600만 엔으로 만든 회사 ‘라이브도어’를 6년 만에 7300억 엔 규모의 그룹으로 키운 호리에 전 사장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히로시마 구단과 후지 TV를 사들이겠다고 호언하고, 애인과 전용 헬리콥터를 타고 다녀 화제를 모았다. ‘젊고 패기 넘치는 벤처 사장’의 모습에 대중은 열광했으며 본명보다 애칭인 ‘호리에몬’(인기만화 캐릭터 포켓몬스터에 빗댄 말)으로 불릴 정도로 일본 벤처신화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2006년 1월 그의 성공신화의 비결이 사기였음이 드러났다. 그룹의 시가총액을 부풀린 뒤 주식교환과 자사주식 담보대출로 다른 기업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주식분할과 허위공시, 분식회계 등 불법을 서슴지 않았던 것이 검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호리에 전 사장은 2008년 7월 공소심에서도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모두 2000년 무렵 일본 벤처열풍을 이끈 장본인. ‘벤처 창업의 신화 5인방’으로 불리며 일본 재계를 휩쓸었던 벤처 기업가 중 3명이 체포되거나 불명예스럽게 퇴임해 이들을 ‘꿈의 모델’로 삼았던 젊은이들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주고 있다. 이들은 부(富)의 상징인 도쿄 ‘롯폰기 힐스’에 본사를 두고 인근 고급 주택가에 거주한다고 해서 ‘힐스족(族)’이라 불릴 정도였다.

인터넷 음원전송업체 ‘리퀴드 오디오 저팬’의 오칸다 마사후미(大神田正文·41) 전 사장은 1999년 신흥기업시장인 ‘마더스’에 최초로 기업을 상장시키면서 세간의 관심을 샀다. 그러나 같은 회사 직원을 폭행한 혐의로 2003년 3년 징역형을 받은 뒤 2005년 2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인재파견회사인 ‘굿윌’의 창업자 오리구치 마사히로(折口雅博·48) 씨는 지난해 근로자 불법 파견 문제로 영업정지를 받으면서 책임을 지고 회장 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인터넷 광고업체인 ‘사이버 에이전트’의 후지타 스스무(藤田晋·36) 전 사장은 2005년 여배우 오키나 메구미(奧菜惠)와 결혼 1년 만에 이혼한 뒤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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