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된 日교포 사회 통합할 인재 육성”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오사카 코리아국제학교 정갑수 이사 “총련-민단 꼬리표 없는 중립학교 운영”

일본 오사카(大阪)의 재일교포 청소년을 위한 ‘코리아국제학교’.

‘중립학교’를 표방하며 지난해 문을 연 이 학교엔 ‘총련계’나 ‘민단계’라는 꼬리표가 없다.

영어와 수학은 영어로, 역사와 사회는 한국어로 배운다. 국제감각과 민족의식을 균형 있게 갖춘 ‘코리아인’을 길러내겠다는 교육 방침 때문이다. 여기엔 학교 설립을 주도한 정갑수 이사(55·사진)의 공이 컸다.

정 씨가 최근 서울대 일본연구소 주최로 열린 기획특별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해 자신의 교육관을 발표했다.

오사카에서 재일교포 3세로 태어난 정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당시로선 매우 드물었던 중립적인 ‘건국학교’에서 공부했다. 여기서 이념 대결을 초월한 중립학교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당시 1960, 70년대 교포사회는 모국의 분단 상황이 재현돼 총련계와 민단계로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었습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였죠. 이 때문에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시정 요구 같은 일에도 단합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는 모국의 정치상황에 점점 무관심한 교포 3, 4세들이 차별받지 않고 일본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 잡으려면 이념에 휩쓸리지 않는, 실용적이고 유연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 중립교육을 이어나가기 위해 코리아국제학교를 설립한 것이다.

“총련이나 민단에선 저를 ‘회색분자’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립교육을 통해 민족의식과 국제적 감각을 고루 갖춘 교포가 많아져야 분열된 교포사회를 통일할 수 있는 힘도 커지리라 믿습니다. 그 힘이 분단된 한반도의 통일을 앞당기는 데도 도움이 되겠죠.”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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