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에 대통령’ 규정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5분



美, 9·11 직후 테러와의 전쟁 비밀문건 공개

한국계 존유 부차관보 작성


미국 법무부는 2001년 9·11테러 직후인 그해 9∼10월에 작성된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한 대통령의 초법적 권한을 규정한 9건의 비밀문건을 3일 공개했다.

한국계인 존 유 당시 법무부 법률자문실 부차관보(42·사진)가 작성한 법률메모는 대통령이 대테러전 수행을 위해 △외국정부와 맺은 조약을 일방적으로 무효화할 수 있고 △테러용의자를 다룸에 있어서 의회의 권고를 무시할 수 있으며 △영장 없이 도청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불법 수색 및 체포에 대한 헌법의 보호 규정은 대통령 혹은 다른 고위 관료가 허용하는 한 미국 내 테러용의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대테러전 수행을 위한 광범위한 군대동원도 허용했으며 테러용의자가 있다는 의심이 드는 건물에 대해 무작위로 군사작전을 펼치는 것도 인정했다.

수정헌법 1조가 규정한 언론자유 역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양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월 23일자 메모는 ‘수정헌법 1조는 국가가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필요성에 의해 부차적인 것이 될 수 있다’며 ‘대테러 전쟁을 수행하려면 국내적으로 연방정부의 힘을 더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밖에 메모는 ‘의회는 의도적으로 고문을 조장하지 않는 한 대통령이 필요에 의해 테러용의자로 구금하고 있던 수감자를 (고문의 위험이 있는) 다른 나라로 이송하는 것을 막을 아무런 권한도 없다’고 주장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비밀문건 공개에 대해 “이 문제에 대한 일반대중의 지대한 관심을 고려해 공개를 결정했다”며 “테러와의 전쟁이 시민의 기본권과 상충하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3일 중앙정보국(CIA)이 테러용의자를 신문하는 과정을 담은 비디오테이프 92개를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파기된 테이프에는 CIA가 9·11테러 이후 알카에다 용의자 신문 과정에서 물고문의 일종인 ‘워터보딩(water boarding)’을 한 장면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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