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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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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보호하는 것으로 유명한 스위스 은행의 수백 년 전통이 마침내 허물어졌다.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가 미국 검찰과 국세청의 요구에 굴복해 탈세 혐의가 있는 미국인 고객의 신상과 계좌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이 19일 보도했다.
탈세 조장 혐의로 미 검찰수사를 받던 UBS는 기소 취하를 조건으로 비밀계좌 고객 명단 일부를 미국 금융당국에 넘기고 벌금과 부당이득 환수 등의 명목으로 7억8000만 달러(약 1조1600억 원)를 내기로 했다.
현재 미 국세청이 조사 중인 계좌 1만9000여 개 중 최소 250개 이상의 고객 정보가 공개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로써 굳게 닫혀 있던 스위스 은행 비밀금고가 처음으로 열리게 됐다.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는 수많은 독재자와 부유층의 부정자금 은신처로 활용되며 세간의 관심을 끌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위스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은행에 예금주 신원공개를 허가하면서 중세 때부터 이어오던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의 전통이 막을 내렸다”고 전했다.
미 금융당국은 UBS가 미국에 진출한 이래 비밀계좌를 통해 미국 부자들의 자산을 은닉해 탈세를 돕고 있다며 조사를 진행해 왔다. 스위스 국내법과 은행규정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티던 UBS는 스위스 금융 감독국의 지시로 결국 공개를 결정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