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 선 日 아소내각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일본의 아소 다로(麻生太郞·사진) 내각이 최악의 위기에 내몰렸다. 국제회의 만취사건으로 17일 물러난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재무상의 사퇴가 발단이다. 나카가와 재무상이 물러나자 이제 칼끝은 아소 총리를 직접 겨누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아소 총리 문책결의안’을 참의원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아사히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임명권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과거에도 술과 관련한 실책이 몇 차례 있었던 나카가와 씨를 재무상과 금융상으로 겸임하도록 하는 무리수를 둔 것은 두 사람의 두터운 관계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나카가와 전 재무상은 아소 총리의 정신적 버팀목이라고 할 만큼 가까운 사이인 데다 정치권에선 맹우(盟友)로 통한다.》

민주 “위기관리 능력없다” 총리문책결의안 추진

“아소 체제로 선거힘들것” 자민당도 회의론 확산


아소 총리가 16일 저녁 관저를 찾아온 나카가와 당시 재무상에게 “반드시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나카가와 전 재무상이 17일 낮까지도 “예산안과 관련 법안이 통과된 후 물러나겠다”며 버틴 것도 아소 총리의 두터운 신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야당이 여론을 등에 업고 문책결의안을 제출할 태세였고,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참의원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면 예산 심의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게 충분히 예견됐는데도 아소 총리는 끝까지 그를 감싸고 돈 것이다.

이를 두고 야당은 물론이고 자민당 내에서도 아소 총리의 판단력과 위기관리 능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소 정권이 정국 제어능력을 잃은 것은 물론 이미 붕괴 과정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나카가와 재무상에 대한 아소 총리의 공개적인 ‘재신임’이 하루도 안 돼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게 정국 장악력의 상실을 방증한다는 것.

자민당 내에서도 “아소 총리를 간판으로 해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의 주도로 경기회복 대책을 내놓고 지지율을 반전시켜 선거에 임하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시기적으로도 아소 총리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간에 갈등이 불거진 직후여서 당내 ‘반(反)아소’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민당 고토다 마사즈미(後藤田正純) 의원은 18일 “아소 내각은 위기관리 능력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신뢰도 성실성도 없다”며 아소 총리의 퇴진을 공개 요구했다.

다만 현재로선 올해 예산안과 관련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는 아소 총리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자민당의 다수 기류다. 경제상황이 극도로 좋지 않은 데다 ‘포스트 아소’도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시한부 총리가 된 셈이다.

아소 총리가 퇴진할 경우 곧바로 국회 해산과 총선거에 돌입할 수도 있고, 당분간 새 총리 체제로 가면서 해산 시점을 고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야당과 여론의 조기 총선 요구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질 게 뻔한 상황에서 총선거를 실시하느니 임기 만료(9월)까지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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