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이번엔 ‘성매매 파문’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9일 03시 14분



금융인 등 법인카드로 지불

뉴욕마담, 9800명 명단 공개


《미국 월가의 금융인과 변호사, 기업인, 미디어 회사 경영진 등이 법인 신용카드로 성매매 비용을 지불했다고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 여성이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여성 100여 명으로 이뤄진 대규모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다 지난해 검찰에 적발됐던 ‘뉴욕 마담’ 크리스틴 데이비스(사진) 씨는 6일 ABC와의 인터뷰에서 9800명에 달하는 고객 명단을 공개하고 금융인과 최고경영자(CEO) 등이 시간당 최고 2000달러의 성매매 비용을 법인카드로 지불했다고 폭로했다.

데이비스 씨는 일부 고객이 법인카드로 비용을 정산했으며, 이들이 성매매 대금을 회사에 ‘비용’으로 청구해 정산할 수 있도록 컴퓨터 컨설팅비, 건축비 등의 명목으로 영수증을 발급했다고 밝혔다.

한 CEO는 성매매 대금을 창고 지붕 수리비로 해서 청구서를 보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ABC는 공개된 명단에서 모 방송사 부회장, 대형 부동산 개발업자, 월가 로펌 파트너, 리먼브러더스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에서 일하는 금융인, 메이저리그 구단 공동 소유자 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 부동산개발업자는 10만 달러를, 로펌 파트너는 총 2만 달러를 지출하기도 했다. 고객들의 여성 취향과 성매매 과정에서 이들이 보였던 ‘특이한 행동’도 적혀 있었다.

ABC는 명단에 있는 고객 일부와 접촉했는데 이들은 법인카드 사용 사실을 부인했다. 창고 수리비로 비용을 청구하라고 한 CEO는 “사업상 접대를 위해 창고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지만 성매매는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ABC는 전했다.

데이비스 씨는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을 때 이 명단을 검찰에 제출했지만 검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헤지펀드에서 해직된 뒤 성매매 사업을 시작한 데이비스 씨는 4년 주기로 이름을 바꿔가며 대형 성매매 조직을 운영해 왔다. 뉴욕증권거래소 인근의 아파트를 주요 성매매 장소로 활용했고, 맨해튼 미드타운 지역에도 3곳을 운영했다.

데이비스 씨는 지난해 3월 엘리엇 스피처 당시 뉴욕 주지사가 다른 성매매 조직을 통해 성매매를 했다가 사임할 무렵 검찰에 체포돼 혐의를 인정한 뒤 징역 3개월과 47만5000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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