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 국무부 ‘뜨고’ 국방부 - CIA ‘지고’

  • 입력 2009년 2월 7일 03시 01분


오바마 시대 달라진 美권력지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만들겠다는 ‘새로운 미국’을 느끼려면 상원과 국무부를 주목하라.”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5일 “변화를 기치로 내건 오바마 행정부의 권력지도에 불고 있는 새 바람의 진원지 두 곳을 꼽으라면 단연 상원과 국무부”라며 이같이 말했다. 상원의 권위 회복은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기간 비대해진 행정권력을 극복하고 전통적인 의회권력을 부활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강한 국무부의 등장은 군사·경제력을 앞세운 힘의 통치가 아닌 미국의 가치와 유연한 외교를 통한 ‘스마트 파워’ 시대의 도래를 상징한다. 반면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의 주무 부처인 국방부와 ‘전쟁의 명분’을 제공했던중앙정보국(CIA)은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이다.》

상원 법안처리-인준 ‘깐깐’… 클린턴 “국무부 부활” 천명

국방부 - CIA는 “이젠 변화할 때” 오바마 지적에 기 꺾여

○ 힘 되찾는 상원과 국무부

상원은 국제관계, 외교, 국방, 타국과의 전쟁과 관련해 행정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대통령이 지명하는 행정부 각료에 대한 인준권을 갖고 있다.

존경받는 정치인들의 모임이기도 한 상원은 부시 전 대통령 임기 동안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행정부 독단으로 추진한 테러와의 전쟁을 추인한 것은 물론 전쟁비용에도 사실상 백지위임을 해줬다. 하지만 요즘에는 달라진 모습이다.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국운을 걸고 추진 중인 경기부양법 통과도 불확실하고 에릭 홀더 법무,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 등 주요 각료에 대한 인준도 만만치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70, 80대의 백발 노장 대신 활력이 넘치는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되면서 상원이 역동적이면서도 생동감 있게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무부의 부상도 눈에 띈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4일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국무부 직원과의 노변정담식 대화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은 국무부가 이끌어 갈 것이며 그 중심에는 당신들이 있다”고 말해 강한 국무부의 부활을 천명했다.

한 국무부 관계자는 “필요한 모든 지원은 장관인 내가 충분히 할 테니, 자신감과 긍지를 갖고 열심히 일해 달라는 취지였고, 실세라는 자신감이 묻어났다”고 평가했다.

○ 한풀 꺾인 국방부와 CIA

오바마 대통령은 국무부를 찾은 뒤 6일 뒤인 지난달 28일 국방부를 찾았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를 면담한 뒤 오바마 대통령은 “군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때때로 군이 모든 임무를 수행하도록 막중한 압박을 줬지만 이제는 변화를 가져오고자 한다”고도 했다.

격려의 메시지인 듯하면서도 군이 앞으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클린턴 장관은 게이츠 장관과 공·사석에서 논의한 내용이라며 “그동안 해외에서 국방부가 맡아왔던 임무 중 상당 부분을 국무부가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침공의 빌미가 된 대량살상무기(WMD) 정보오류의 본산이자 테러용의자에 대한 불법고문 논란의 진원지인 CIA도 다소 위축된 분위기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보업무를 담당하지 않았던 리언 패네타 전 빌 클린턴 대통령 비서실장을 CIA 국장으로 임명하면서 “여러분은 앞으로 CIA 이미지를 더럽혔던 과거의 관행과 우려에서 단절된 업무를 수행하는 팀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CIA를 새롭게 출발시키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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