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아 위기 ‘설상가상’

  • 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8분


농업투자 줄어 생산 줄듯

불황탓 기부 축소도 문제

1년 전 세계를 떨게 했던 식량난으로 인한 ‘굶주림의 공포’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는 “온난화에 따른 가뭄과 곡물 수확량 감소, 신흥 개발도상국의 식량 수요 급증에 따른 곡물 값 상승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침체의 여파까지 겹쳐 ‘제2의 식량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량 실직과 근로자 수입 감소로 빈곤 문제가 더욱 악화돼 배고픔의 고통이 지난해 식량위기 때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구호단체 옥스팜은 지난주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하락으로 물가가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곡물가격은 지난해 식량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식량 위기가 끝나기는커녕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위축으로 인한 곡물가격 하락세는 일시적일 뿐 이르면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중소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는 농민들이 경제가 어렵다 보니 농장과 농업기술 투자를 포기한 결과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하면 곡물 값 상승 추세는 지난해보다 훨씬 가파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경제 상황이 이어질 경우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전 세계 인구 2억 명이 추가로 ‘극도의 빈곤(extreme poverty)’ 상태에 빠지게 된다. 앞서 세계은행도 지난해 9월 개발도상국에서 경제성장률이 1% 떨어질 때마다 2000만 명이 빈민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선진국들이 경기침체 여파로 휘청거리면서 기부를 줄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 기아 상태에 직면한 인구는 이미 9억7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선진국들이 빈곤 국가에 기부키로 했던 180억 달러의 원조금도 거의 걷히지 않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빈곤 문제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식량안보 고위급회의에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및 100여 개의 참가국은 미래 식량위기를 막기 위한 방안들을 집중 논의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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