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중계방송 켜놓고 백악관 집무…부시 재임중 언행 화제

  • 입력 2009년 1월 5일 02시 57분


출장때마다 MTB즐겨 경호팀 ‘진땀’

퇴임 2주를 남겨놓은 조지 W 부시(사진) 미국 대통령만큼 재임 중 독특한 언행으로 화제를 불러 모은 지도자도 흔치 않다. 우선 정통 영문법에서 벗어난 그만의 영어 표현들은 이미 ‘부시즘(Bushism)’이란 용어로 집대성돼 책까지 나와 있을 정도다.

또 국제회담장에서 영국 총리를 스스럼없이 “Yo, Blair(어이, 블레어)”라고 부르고, 여성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어깨를 즉석에서 주물러 주는 돌출행동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AP통신은 3일 부시 대통령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의 기질과 성격, 습관을 조명했다.

▽늦는 건 정말 싫어=그는 회의나 약속시간에 늦는 걸 못 견딘다. 회의 때도 요점 없는 말을 이어가며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걸 싫어했다. 일벌레이기도 해서 그의 집무실은 매일 오전 6시 반이면 불이 켜졌고 오후 9시 반이 넘어서야 불이 꺼졌다.

▽질서정연함 중시=그는 백악관 근무자들에게 엄격한 드레스코드를 요구했다. 청바지는 허용되지 않는다. 대화 중 상대방의 휴대전화가 울리면 빤히 쳐다봐 곤혹스럽게 만들었을 정도다.

▽집요한 질문=전문가들과 만날 때는 까다로운 이슈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타입이다. 진지한 이슈에 심드렁할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은 실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

▽운동광=그가 규칙적으로 하는 두 가지는 성경 읽기와 운동이다. 일주일에 엿새는 운동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특히 산악자전거 애호가여서 경호팀은 출장 때마다 자전거 코스를 찾아내야 했다. 야구도 좋아해 시즌이 되면 중계방송을 켜 놓고 일하기도 했다.

▽급한 성격=원할 때 언제든 점심이 준비돼 있기를 바라며 정신없이 먹어치운다. 땅콩버터를 바른 샌드위치, 버거를 좋아한다. 참을성이 없고 욱하는 성격일 것 같은 이미지지만 실제론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최측근이던 스콧 매클렐런 전 대변인이 자신을 비난하는 책을 냈을 때 격분한 참모들에게 “그냥 용서해버려. 그게 삶을 주도할 수 있는 길이야”라고 말했다고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은 전했다.

부시즘(Bushism)- 부시가 남긴 ‘독특한’ 표현들

○ 나는 안다. 인류와 물고기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2000년 9월 에너지 정책을 설명하면서)

○ 우리의 적들은 혁신적이고 책략이 풍부하며, 우리도 그렇다. 그들은 우리나라와 시민을 해칠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내는 걸 멈추지 않는다. 우리도 그렇다.(2004년 5월. 국방계획에 서명하면서)

○ 그들은 미국의 동정심을 잘못 과소평가(misunderestimate)했다. 그들은 최고사령관인 나의 의지도 잘못 과소평가했다.(2001년 9월. 9·11테러 주범에 대해 언급하면서)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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