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3주 맞은 오바마 ‘이미 대통령’

  • 입력 2008년 11월 27일 02시 59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차기 대통령 직속 예산실장에 내정된 피터 오재그 의회 예산국장을 소개하고 있다. 시카고=EPA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차기 대통령 직속 예산실장에 내정된 피터 오재그 의회 예산국장을 소개하고 있다. 시카고=EPA 연합뉴스
연일 위기극복 메시지… 시장도 긍정반응

내달 2일 주지사등 만나 재정지원책 논의

대통령 직속 예산실장에 피터 오재그 내정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시카고에 머물고 있는 그는 24, 25일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달 2일엔 주지사들과 만나 각 주가 직면한 재정위기 지원책을 논의한다.

당선 뒤 “미국의 대통령은 한 명뿐”이라며 앞에 나서지 않던 그가 정권교체기의 불확실성이 곤두박질치는 시장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사실상 ‘대통령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그의 당선 후 3주간에 대해서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많다. 대선 때 ‘오바마 저격수’를 자처했던 무소속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은 25일 “선거일 이후 오바마의 언행과 인선은 완벽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오바마 당선인이 말했듯 “미국 경제는 악순환 사이클의 덫에 걸려 있으며 국민과 기업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전무후무한 경기부양책을 약속했지만 5000억∼7000억 달러에 이를 재원 마련 방법은 모호하다.

25일 터진 ‘미국판 쌀 직불금’ 사건이 보여주듯 재정은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 미 연방회계감사원(GAO)에 따르면 2003∼2006년 부유층 2700여 명이 총 4900만 달러(약 736억 원)를 농업보조금 명목으로 타간 것으로 드러났다.

오바마 당선인도 “그런 게 바로 내가 종식시키고자 하는 낭비의 한 사례”라고 개탄했다.

그는 26일 ABC방송 인터뷰에선 “은행 경영진은 올해 보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며 지도층의 솔선수범을 촉구했다. 또 자동차산업 ‘빅3’의 대표들에 대해 “미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좀 둔감하다”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2008회계연도(2007년 10월∼올해 9월) 연방 재정적자는 무려 4380억 달러에 이르렀다.

오바마 당선인은 재정개혁을 강조하면서 ‘큰 정부’만을 지향하는 기존 민주당 지도자와 다른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사실 재정개혁은 과거 대통령들도 취임 초 의욕을 보이다 흐지부지된 난제다.

그런 점에서 피터 오재그(39) 예산실장 내정자에게 관심이 쏠린다. 예산실은 직원이 500명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대통령 집무실 직속 기구로 예산 편성과 관리를 맡는다.

프린스턴대를 거쳐 영국 런던 정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선임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양극화 해소 방안을 과제로 한 ‘해밀턴 프로젝트’를 맡았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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