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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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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존 비자 제도 하에서 일종의 편법으로 미국에 중장기 체류해온 사람들에겐 비자면제제도 시행이 달갑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다.
▽미 공립학교 편법 유학 어려워진다= 자녀를 조기 유학시키는 가정 가운데 일부는 엄마(아빠)가 관광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뒤 미국 내에서 대학에 등록해 '아줌마(아저씨) 유학생'으로 변신하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부모가 유학생 비자(F1)를 받으면 자녀는 동거목적의 비자(F2)를 받아 공립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된다.
'학령기의 자녀 딸린 사람'이 서울의 미 대사관에서 무명의 대학이 발급해준 입학허가서를 갖고 유학비자를 신청할 경우 거부될 수도 있으므로 일단 먼저 미국에 들어와서 체류신분을 바꿔온 것이다. 이는 물론 권장할 수 없는 편법이다. 법률전문가 마다 해석이 다르지만 장래 미국 입국에 큰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등 한인타운 일대에는 이렇게 '관광 입국후 유학생으로 체류신분 변경' 방법을 사용해 눌러앉은 기러기 엄마들이 무수히 많다. 이들을 겨냥해 '비자 장사'를 하는 브로커와 소규모 교육기관들도 생겨나 부작용을 빚어왔다.
하지만 VWP에 따라 무비자로 입국한 경우엔 미국 내에서 체류신분 변경을 할 수 없다. 90일 이내에 출국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이다. 멕시코나 캐나다로 잠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다고 해도 미국내 여행으로 간주하므로 90일 산정이 다시 시작되지 않는다.
VWP를 이용하지 않고 정식으로 관광비자를 신청할 경우엔 미 대사관의 영사가 "비자없이도 관광을 갈 수 있는데 왜 굳이 비자를 신청하려 하느냐"고 캐물을 수 있다.
따라서 자녀를 미국의 공립학교에 넣고 싶다면 부모가 서울에서부터 유학비자나 투자비자, 교환비자(J·연수 등 목적) 등을 받아야 한다. 물론 현재도 부모가 그런 종류의 비자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유학 온 학생은 원칙적으로 공립학교에 다닐 수 없다.
하지만 학생 본인이 서울에서부터 미국 사립학교의 입학허가를 받아 유학하는건 VWP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학생 본인이 유학생 비자를 받기 때문이다.
▽손자 돌보려면 더 자주 들락날락 해야= 기존엔 최대 180일 체류가 허용되는 관광비자를 받아 미국에 와서 머물다 일단 한국으로 돌아간뒤 일정기간후 다시 관광목적으로 입국하는걸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재원 등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아들 딸을 위해 손자 손녀를 돌봐주는 노인들이나, 자녀를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는 미국 사립학교에 보낸 기러기 엄마들도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비자면제가 되면 체류기간이 90일로 짧아지므로 더 자주 들락날락 해야 한다.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관광비자가 있다고 해도 입국심사때 심사관이 여권에 스탬프를 찍으면서 수기(手記)로 '0월 0일까지 출국해야 한다'고 적는데, 이때 체류허용기간을 기존의 6개월이 아닌 90일로 단축해 기재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기존에도 체류기간 기입은 심사관 재량이어서 180일을 다 주지 않는 심사관도 있었지만 귀국 항공편 등을 제시하면 대부분은 180일을 부여받았었다.
입국심사때 180일을 받고 싶은 마음에 관광 목적에 어긋나는 "아이 학교"등을 들먹이면 아예 입국 자체가 거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 비자를 제시하거나, 서울 미 대사관에 별도로 관광비자를 신청하는 경우 등 VWP를 직접 이용하지 않는 사례들에 대해 미 정부 담당자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제도가 본격 시행된 뒤에 구체적으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