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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1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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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이 대만 역사상 전 총통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됐다.
천 전 총통의 비리를 수사 중인 대만 대검찰청 특별수사팀은 12일 타이베이(臺北)지방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이날 그를 타이베이 현 투청(土城)교도소에 수감했다.
대만 검찰에 따르면 천 전 총통은 공금 횡령과 뇌물 수수, 사취, 돈세탁방지법 및 국가기밀보호법 위반 등 5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수사팀은 구체적인 범죄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대만 언론은 천 전 총통이 국가기밀비와 뇌물 등 최소한 10억 대만달러(약 409억 원)를 스위스 등 해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무기요비(국가기밀비)는 총통부가 외빈 접대와 외국과의 군사, 정경(政經) 협력을 위해 사용하도록 한 돈으로 용처와 액수는 공개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천 전 총통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전면 부인한 뒤 “정치적 박해”라며 “역사의 십자가는 내가 질 테니 다른 피고인은 모두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항의의 표시로 항고를 포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진당은 이날 “(천 전 총통의 구속은) 가장 큰 사법폭력”이라며 “사법이 통치자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민진당은 항의집회나 시위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이는 대만 여론이 천 전 총통에게 부정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롄허(聯合)보가 이날 실시한 조사에서 대만 국민 95.9%는 “구속이 정당하다”고 답변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이날 ‘애긍물희(哀矜勿喜·남의 불행을 기뻐하지 말고 동정하라는 뜻)’라는 논어의 말을 인용하며 “이를 스스로 경계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탄압은 어불성설”이라며 “아직은 무죄 추정 단계로 특별사면은 사법부의 최종 판결이 나온 뒤 판단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6년부터 불거진 천 전 총통의 비리사건으로 최근까지 가족과 친인척 등 15명이 재판에 회부되고 추이런(邱義仁) 전 총통부 비서장 등 측근 8명이 구속되는 등 천 전 총통 일가와 친인척, 측근들은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