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클린턴에 앙금… “힐러리 부통령 NO”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 뉴스위크, 대선 뒤의 비화 소개

“오바마 당선되면 美 최대 오욕”

클린턴, 오바마 선전에 평정 잃어

공화당 10월 중순에 패색 확인

매케인엔 보고 않기로 의견모아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2008 대선 드라마’는 끝났다. 그러나 전례 없이 화려한 대선이었던 만큼 무대 뒤 일화도 상당하다.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호가 감춰뒀던 비화들을 공개했다.

▽힐러리-오바마 거친 신경전=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합한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진영은 단순한 라이벌 관계 이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바마 후보가 예상 외로 선전하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주 평정을 잃었다. 급기야는 1월 중순 한 측근과의 통화에서 “오바마의 당선은 미국 공직에 최대 오욕이 될 것”이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고 주간지는 전했다.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분열을 조장하지 말라”고 설득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오바마 측이 먼저 시작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뉴스위크는 “오바마가 힐러리를 부통령 후보로 고려조차 않은 것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앙금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매케인 보좌진의 ‘가슴앓이?’=연설 때 프롬프터 사용을 매우 불편해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연단에 설 때마다 보좌진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4월 해군사관학교 야외 연단에 선 매케인 후보는 햇살로 반쯤 가려진 프롬프터를 전혀 읽을 수 없었다. 미리 준비해 간 연설문 사본조차 바람에 날리자 연설은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다. 매케인 진영이 승산이 없음을 확인한 시점은 마지막 TV토론이 열리기 전인 10월 12일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중대한 내부 결론은 즉각 매케인 후보에게 보고되지 않았다. “노장 매케인의 맥박이 뛰는 한” 사전에 통보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선거전 내내 가슴 졸인 미셸=미셸 오바마 여사는 남편의 대선 도전을 허락한 직후에도 불안한 심경을 털어놓곤 했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혹시 내 남편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음모 같은 것은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는 것.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암살 테러 위협에 대비해 24시간 비밀검찰국의 경호를 받은 그의 두 딸에게 부여된 암호명은 ‘Radiance(광채)’와 ‘Rosebud(장미꽃봉오리)’.

이런 예쁜 이름에도 불구하고 미셸 여사는 자녀의 안전까지 우려해야 한다는 부담 속에 암살 계획 뉴스 등을 듣자 “왜 그들은 우리를 모두가 증오하도록 만들려 하는 걸까요?”라며 평정을 잃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첫 흑인 퍼스트레이디가 꿈꾸는 대통령 부인상은?▼

로라+재클린+힐러리… ‘하이브리드’ 형


미국 역사상 첫 흑인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44·사진) 여사가 품고 있는 대통령 부인 상은 무엇일까.

영국의 더타임스는 최근 이와 관련해 내조형의 로라 부시 여사와 신데렐라형의 재클린 케네디 여사, 그리고 커리어 우먼형 힐러리 클린턴 여사를 합친 ‘하이브리드’ 퍼스트레이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일단 이력서는 딱 힐러리형. 명문인 프린스턴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고, 로펌 을 거쳐 시카고대 병원 부원장 등을 지냈다. 대선 기간에는 독자적인 유세에 나서는가 하면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선거운동의 중요한 축을 맡았다.

패션 리더의 면모는 재클린 여사를 연상시킨다.

미셸 여사가 공식 석상에 입고 나선 옷은 즉각 인기상품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특색이라면 고가 명품 브랜드보다는 일반인도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중저가 브랜드로 맵시를 낸다는 점.

하지만 본인은 은근히 로라 부시 여사와 동일시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미셸 여사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차분하고 이성적인 로라 여사의 접근법이 좋다”며 “균형 감각이 있어 불에 기름을 붓는 식의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내조형으로 꼽히는 로라 여사는 임기 말에는 아프가니스탄의 여권(女權) 문제, 미얀마의 인권 탄압 등 평소 관심을 가진 사안에 대해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미셸 여사가 백악관 내 야당 역할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바마 당선인은 부인에 대해 “나의 최고 참모 중 한 명”이라며 “대통령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거부권을 행사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해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는 퍼스트레이디’가 될 것을 시사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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