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중도의 깃발’ 드나

선글라스 쓴 오바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5일 선거캠프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시카고의 중심가에 있는 한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시카고=로이터 연합뉴스

당선연설서 ‘통합의 정치’ 강조… 진보진영 일부 “진보 어젠다 밀어붙여야”

오바마, 정권 인수팀 공식 출범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유력

차기 재무장관 이르면 오늘 발표

가이스너 - 서머스 - 볼커 등 거론

“나는 진보주의자임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는데 새 대통령은 좌우의 한쪽이 아닌 중도의 위치에 서야 한다.”(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미국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젖힌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향후 4년간 미국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주목되는 가운데 5일 펠로시 하원의장을 필두로 민주당 내에서 “차기 행정부는 중도주의 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터져 나왔다.

오바마 당선인의 최대 정치적 후원자 가운데 한 명이며 의회 내 대표적인 리버럴 정치인으로 꼽히는 펠로시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책은 지속가능하고 초당파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차기 행정부가 중도 노선을 걸을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당선인은 시카고 그랜트파크 당선 소감 연설에서 공화당을 치켜세우며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정치를 그토록 오랫동안 망쳐온 당파주의와 협소함으로 다시 빠져들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 공화당은 자립과 개인의 자유, 국가의 단결을 가치로 세워진 정당이며 그런 가치는 우리 민주당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보진영 내에선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압도적인 위임을 받았다. 진보진영의 어젠다를 과감히 밀어붙여야 한다”(로버트 보로사지 ‘미국의 미래를 위한 캠페인’ 공동의장·5일 기자회견에서) 등의 주장도 강하게 나온다.

이처럼 차기 행정부의 이념적 지향성을 놓고 논쟁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오바마 당선인은 5일 정권 인수팀을 공식 출범시켰다.

정권인수위원회 의장은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의 오랜 친구인 마크 기텐스틴 씨와 테드 카우프먼 씨가 공동으로 맡게 되며 존 포데스타 미국진보센터(CAP) 소장과 밸러리 재릿 선임보좌역, 피터 라우스 상원의원실 비서실장 등 3명이 정권인수 프로젝트를 총괄 감독하게 된다고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은 보도했다.

인수위원회에는 캐럴 브라우너 전 환경보호청장, 오바마 당선인의 친구인 윌리엄 데일리 전 상무장관, 수전 라이스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등이 참여한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백악관 비서실장은 일리노이 주 출신으로 펠로시 의장의 측근인 램 이매뉴얼 하원의원이 유력시된다.

또 오바마 당선인은 빠르면 6일 경제위기 타개를 지휘할 차기 재무장관 내정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후보로는 티머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시카고=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