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라 우기고 싶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4분


일본인? 혹은 미국인?

올해 노벨상 수상자를 대거 배출한 일본에서 물리학상 수상자 3명 중 한 명인 난부 요이치로(南部陽一郞·87) 미국 시카고대 교수의 국적 분류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아사히신문이 9일 보도했다. 그가 1970년 일본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특히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이 7일 발표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3명을 ‘일본인 2명과 미국인 1명’이라고 보도하자 일본인들은 떨떠름한 분위기다.

반면 8일 발표된 화학상 수상자 시모무라 오사무(下村脩·80)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일본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도 당황했다. 소립자물리학을 지원하기 위한 내부 자료를 국적별로 분류해 온 문부성은 “난부 교수를 일본인 수상자로 꼽지 않을 수도 없다”며 ‘주석’을 달아 일본인 수상자로 분류할 방침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거꾸로 “외국인이 일본을 거점으로 한 연구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으면 이는 어느 나라 것으로 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아사히신문은 젊어서 연구의 터전을 미국으로 옮긴 난부 교수를 ‘두뇌 유출’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매력적인 연구환경을 정비해 전 세계 인재를 모아 ‘두뇌 순환’의 거점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문부성은 지난해 외국인 비율을 높이는 ‘세계 톱 레벨 연구거점’을 전국 5곳에 만들고 영어를 공용어로 했다.

시오노야 류(鹽谷立) 문부상은 8일 “수상자 4명은 일본이 세계 두뇌 거점의 하나가 되고도 남는다는 점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수상자들의 연구 성과가 각각 35년, 40년 전 것인 데다 요즘 일본 젊은이들이 과학을 기피하는 경향이 지적되고 있어 노벨상 수상 소식만으로 자신감을 갖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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