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FT “금융위기 빌미로 자유시장 가치 폄훼 안돼”

  • 입력 2008년 9월 29일 03시 01분


“시장은 이념이 아니라 200년간 증명된 메커니즘”

獨 FAZ “위기의 책임자, 은행보다는 감독기관”

佛 르피가로 “금융표류 지나면 포퓰리즘 표류 시작”

오늘날의 금융위기는 시장의 실패인가, 국가의 실패인가.

영국과 독일의 권위지인 파이낸셜타임스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이 일제히 사설을 통해 현재의 금융위기를 자유 시장의 가치를 폄훼하는 계기로 삼는 좌파의 목소리를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자 ‘자유 시장을 칭송하며’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사설에서 현 금융위기를 탈규제(deregulation)에 따른 결과로 몰아가는 항간의 분석을 비판하고 이번 위기에는 성급하고 잘못된 국가의 개입도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인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비대해진 이유는 미국 정부가 설립하고 보증까지 선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프라임 모기지(우량 주택담보대출) 분야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금융위기의 비판론자들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는 살펴보려 하지도 않은 채 은행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행한 공매도 관행을 경찰의 총에 맞아도 할 말이 없는 은행 강도나 허리케인 때의 약탈에 비유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비판했다.

자본 시장에도 효과적인 규제는 필요하다는 점에 이 신문은 동의했다. 은행의 최고경영자(CEO)가 은행이 부도났음에도 불구하고 수백만 달러의 보상을 받고 은퇴하는 시스템, 즉 실패를 보상하는 시스템을 변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결정자들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시장은 시도(trial)와 더 빈번하게는 착오(error)가 일어나는 곳이다. 시장의 위대함은 완벽한 효율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공을 보상하고 실패를 응징하는 데 있다.”

이 신문은 마지막으로 시장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메커니즘, 즉 지난 200년간 거듭해서 그 가치를 증명해 보인 메커니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파이낸셜타임스는 자유 시장을 옹호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오늘에도 그렇다”고 결론을 맺었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25일자 경제면 사설을 통해 현 금융위기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감독의 실패’로 규정했다.

이 신문은 현재 은행은 정해진 규제의 테두리 속에서 경쟁의 압력에 밀려 극한까지 간 것이라며, 따라서 위기의 책임자로 비판받아야 할 것은 은행이 아니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증권거래위원회(SEC), 영국의 금융감독청(FSA), 독일의 금융감독위원회(Bafin)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을 막론하고 대서양 양안에서 자기 집 마련이라는 국민의 꿈을 충족시키려는 ‘정치적 동기’를 지적하면서 정부가 의도적으로 주택금융시장의 강력한 규제를 포기해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프랑스 르 피가로는 23일자 논설위원 칼럼에서 “자본주의라는 기계가 고장이 나기 시작하는 것은 규율에 규율을 쌓고 규제에 규제를 쌓으면서 시작된다”며 “금융의 표류가 지나고 나면 포퓰리즘의 표류가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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