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사이버戰서도 그루지야 초토화

  • 입력 2008년 8월 14일 02시 53분


해커부대, 주요 웹사이트 홈피 마비시켜

러시아와 그루지야 전쟁은 현실뿐 아니라 사이버상에서도 치열했다. 러시아의 ‘해커 부대’가 그루지야의 인터넷을 일찌감치 마비시키고 사이버 전쟁에서 일방적으로 승리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13일 러시아 ‘해커 부대’가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지난달 20일부터 그루지야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개시했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해커들은 그루지야 외교부 홈페이지 기능을 마비시키고,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과 아돌프 히틀러의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사진)가 뜨도록 조작했다.

그루지야 대통령과 정부 각 부처, 주요 언론의 웹사이트도 접속량이 폭주하며 러시아 해커들의 공격에 잇따라 무너졌다. 그루지야 외교부는 구글의 무료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해 임시 홈페이지를 마련하는 등 체면을 구겼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인터넷 인프라가 취약해 사이버 전쟁의 피해가 우려되는 국가들이 전 세계적으로 110개국에 달한다고 전했다. 특히 그루지야 등 구소련에 속했던 나라는 러시아에 대한 통신망 시설 의존도가 높아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포린폴리시 인터넷판도 러시아 전차가 남오세티야 전쟁터를 누비는 동안 러시아 누리꾼들은 후방에서 ‘디지털 전장’을 지배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이들을 가리켜 ‘크렘린의 버추얼(virtual·가상) 군대’라고 표현했다.

누리꾼들은 러시아 최대 블로그인 ‘라이브저널’에 러시아군에 대한 비판 의견이 게재되지 못하도록 운영회사인 SUP를 협박하는 e메일 공세를 퍼부었다. 미국 유럽 언론의 보도 성향에 불만을 나타내는 수백만 건의 글이 게재되는 등 ‘댓글 폭탄’도 이어졌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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