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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26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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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테러 이후 8년째 진행되는 ‘테러와의 전쟁’은 과연 출구가 있는가.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는 과거보다 더 안전해졌는가. 테러와의 전쟁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본보는 진보 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재단 리사 커티스 선임연구원, 중도 성향의 랜드연구소 제임스 도빈스 국제안보센터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8년 전쟁’의 명암(明暗)과 차기 행정부의 과제를 들어봤다.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평가
오핸런 연구원은 “이슬람 세계를 인도와 파키스탄을 경계로 동서로 나눈다면 동쪽에서는 성공, 서쪽에서는 실패”라며 “결과적으로 아프간과 이라크 등 테러와의 전쟁 ‘핵심 지역’에서는 지는 전쟁을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아프간과 파키스탄에서 탈레반의 영향력이 더 강력해지고 있으며 두 지역 모두 안정보다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임무 완수’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를 지냈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초대 아프가니스탄 특사로 활동했던 도빈스 소장도 “현재 이라크와 아프간에 20만 명 가까운 병력이 주둔하고 있지만 미국의 영향력은 오히려 쇠퇴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커티스 연구원은 “적어도 2001년 이후 미국에 대한 성공적인 테러 시도가 없었고 이라크에서 알 카에다 조직의 활동이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 점 등을 고려할 때 테러와의 전쟁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테러와의 전쟁이 차기 행정부에서도 여전히 국가의 중요 어젠다가 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와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가 전쟁 지속을 확약한 것은 의미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차기 행정부의 과제
도빈스 소장은 “차기 행정부가 테러조직의 폭력적인 극단주의로부터 미국과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하지만 앞으로의 방식은 외교적인 노력과 법치의 확립, 개발 지원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커티스 연구원은 “테러와의 전쟁이 이슬람 세계를 공격하는 ‘문명 간 전쟁’ 양상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무슬림의 마음을 살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핸런 연구원은 오바마 후보에게 ‘충고’를 했다. 그는 “아프간으로의 병력 이동을 강조한 오바마 후보의 이라크 철군 계획은 자칫 이라크를 다시 혼란에 빠뜨려 두 곳 모두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이제 주전선은 아프간▼
“이라크 美병력 9월부터 이동”… 알카에다도 “일전 준비”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 중심축이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이라크 정세가 크게 호전된 반면에 아프간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이르면 9월부터 병력 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알 카에다 세력이 이라크보다 아프간에서 새로운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도 흘러나온다.
○이라크 감군은 시간문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초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미군 3만 명을 증파하는 결정을 내렸다.
증파 초기엔 미군 사상자가 급증하기도 했지만 최근 저항세력의 공격이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군 사망자 수도 지난해 상반기 584명에서 올해 208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치안 상황이 개선되면서 이라크 정부는 이제 미군 철수 일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 이라크에는 미군 14만6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치안유지권도 이라크 정부에 빠르게 이양되고 있다. 현재 18개 주 가운데 10개 주의 치안유지권을 넘겨받은 이라크 정부는 올해 말까지 전국의 치안유지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프간 상황은 갈수록 악화
최근 3개월 동안 아프간에서 연합군 사망자 수가 이라크에서의 미군 사망자 수를 앞질렀다. 아프간에는 미군 3만7000여 명을 포함해 다국적군 7만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민간 인터넷 사이트 ‘이라크 사상자’(www.icasualties.org)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이달 23일까지 아프간의 연합군 사망자는 94명으로 같은 기간 이라크의 미군 사망자(59명)보다 훨씬 많았다. 워싱턴포스트도 23일 “아프간의 위험성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최근 아프간에 3개 전투여단 1만여 명을 추가 증파하겠다고 밝혔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는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고 호응했고,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도 2개 전투여단 7000여 명을 아프간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알 카에다는 신입 전사 대부분을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보내 교육시키고 있다고 AP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미 정보당국은 알 카에다가 인근 우즈베키스탄과 아프리카, 걸프지역 출신 전사들을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지역으로 집결시키고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