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운 기술’ 자원난에 ‘백조’ 됐다

  • 입력 2008년 6월 27일 03시 12분


다 쓰고 버린 휴대전화. 최근 일본에서는 광산기술을 이용해 휴대전화 등 폐가전제품에서 희귀금속을 회수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다 쓰고 버린 휴대전화. 최근 일본에서는 광산기술을 이용해 휴대전화 등 폐가전제품에서 희귀금속을 회수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일본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폐기됐거나 방치됐던 기술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처리 문제로 골칫거리가 됐던 폐기물이 소중한 자원으로 돌변하는 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세계적인 고유가와 식량난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과 도쿄신문에 따르면 아키타(秋田) 현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전농 아키타)는 올해 들어 ‘아키타63호’라는 벼 품종을 5개 농협에서 시험 경작하고 있다. 아키타63호는 JA전농 아키타가 1988년부터 약 14년간에 걸쳐 개발한 품종으로 수확량이 다른 품종보다 50%가량 많고 비료 사용량도 적어 한때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찰기가 적고 밥알이 부서지기 쉬운 데다 맛이 너무 없어 시험실 창고에 방치돼 있었다.》

JA전농 아키타가 외면했던 이 품종에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가축사료 값이 급등하면서 수확량이 많은 곡물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JA전농 아키타는 아키타63호를 이 지역 특산물이자 일본의 3대 토종닭으로 통하는 ‘히나이닭’ 사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한때 미네랄이 풍부해 가축사료로 애용되다가 배합사료의 등장에 밀려 퇴장한 소주 술지게미도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술지게미 처리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양조업체들은 양돈업자 등으로부터 “술지게미 좀 나눠달라”는 요청이 쇄도하자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이다.

두부제조업체들도 돈을 들여 콩비지를 처리했으나 이제는 사갈 곳을 찾아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닛코금속은 1981년 폐광된 이바라키(茨城) 현 히타치(日立)광산의 제련(製鍊)시설을 8월부터 재가동한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100억 엔 상당의 설비투자도 했다. 과거에는 지하에서 채굴한 동을 제련했지만 앞으로는 쓰고 버린 가전제품과 휴대전화를 제련해 동과 아연 등 기초금속과 백금 등 희귀금속을 회수하게 된다.

닛코금속은 자원 가격이 지금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2020년에는 약 400억 엔에 이르는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와홀딩스라는 기업은 아키타 현에 있는 폐광산의 제련시설을 이용해 희귀금속을 회수하는 사업을 닛코금속보다 앞서 시작했다.

고유가의 여파로 가정용 태양광발전 보급에도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산업성의 자문기관인 종합자원에너지조사회는 24일 모임을 갖고 가정용 태양광발전 보조금 제도를 부활시킬 것을 긴급 제안했다. 이에 따라 경제산업성은 가정용 태양광발전 보급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관련 규정의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1994년부터 2005년까지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가정에 비용의 절반가량을 지원했다. 이 같은 보조금제도 덕분에 30만 가구가 태양광발전 시설을 도입해 일본은 2004년 현재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 국가’가 됐다. 하지만 2005년 보조금 제도가 폐지되면서 가정용 태양광발전 보급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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