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中과 수교 준비?

  • 입력 2008년 6월 26일 02시 58분


교황청 사이트 한때 ‘대만은 중국의 省’ 표기

로마교황청이 대규모 가톨릭 행사를 안내하는 홈페이지에 대만을 독립국이 아닌 중국 내 일부 지역으로 표기했다가 대만의 항의를 받고 뒤늦게 수정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로마교황청이 대만과의 단교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25일 대만타임스에 따르면 가톨릭 젊은이들의 행사인 ‘2008년 세계 청년대회(World Youth Day)’ 참가 등록 사이트는 한때 대만을 ‘중국의 성(省)’으로 표시했다. 1984년 당시 요한 바오로 2세가 창설한 이 행사는 다음 달 15일 호주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 세계에서 12만500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로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참석한다.

이런 주요 행사 사이트에 대만이 중국의 일개 성으로 표시되자 대만 외교부는 즉각 교황청에 수정을 요청했다. 교황청은 “호주 현지의 실무진이 저지른 실수”라며 최대한 빨리 조치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문제의 표현은 이후 삭제됐다.

하지만 외교 관계자들은 이번 일이 단순한 해프닝은 아닐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바티칸과 중국은 1951년 중국에 공산당 정권이 수립되면서 외교관계가 단절됐으나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앞두고 이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그동안 중국은 바티칸과의 수교 조건으로 대만을 중국의 일부분으로 인정할 것과 자국의 독자적인 주교 서품을 승인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바티칸으로서는 800만∼1200만 명에 이르는 중국 내 가톨릭 신자를 껴안기 위해 중국과의 외교관계 회복이 필요하다. 2005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취임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주요 목표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럽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유지해 온 대만과의 외교관계도 끊을 수 있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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