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느냐 먹히느냐’ 포르셰- 폴크스바겐 법정공방 2라운드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과 스포츠카 업체인 포르셰가 또다시 법정공방을 벌인다. 지난해 유럽사법재판소에서 한 차례 맞붙은 데 이어 두 번째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포르셰 측 변호사들이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손잡고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인수합병(M&A) 관련 사규 조항을 문제 삼아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폴크스바겐도 포르셰를 상대로 맞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소송의 도화선이 된 것은 이른바 ‘폴크스바겐법’으로 불리는 독일 자동차업체의 M&A 관련 법. 이 법에는 독일 산업의 근간인 자동차업체를 외부의 적대적 M&A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이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보호 장치 중 하나가 지분의 20% 이상을 소유한 주주가 M&A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지분이 25% 이상인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한 다른 부문의 법보다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 것이다.

폴크스바겐 인수를 추진해 온 포르셰에 이 조항은 그동안 커다란 걸림돌이었다. 폴크스바겐 지분 20.3%를 갖고 있는 독일의 니더작센 주정부가 M&A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셰는 ‘폴크스바겐법’이 불법이라며 독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지난해 10월 유럽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현재 폴크스바겐 지분의 31%를 보유한 포르셰는 올해 안에 지분을 50%까지 늘려 이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시킬 계획이다. 고용인원이 고작 1만2000명인 작은 회사가 33만 명의 인원을 거느린 독일의 ‘국민차’ 업체를 삼켜 거대 자동차 왕국을 세우겠다는 야심 찬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

그러나 폴크스바겐을 지키려는 쪽의 고집도 만만치 않다. 패소한 독일 정부는 지난달 개정 법안을 의회에 제출해 통과시켰지만 M&A 거부권 조항은 그대로 남겨두었다.

EU위원회는 이달 초 개정안의 위법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개정안이 또다시 불법이라는 판정을 받을 경우 독일 정부는 하루 10만 유로에 이르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포르셰의 폴크스바겐 인수 시도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폴크스바겐 경영감독위원회는 이미 ‘Mr. 포르셰’로 불리는 벤델린 비데킹 포르셰 최고경영자(CEO)와 포르셰 가문 출신인 ‘유럽 자동차의 왕’ 페르디난트 피에히 씨가 주도하는 형국이다.

여기에다 스포츠카 시장에서 폴크스바겐이 인수한 아우디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포르셰가 이번 M&A 시도로 아우디까지 손안에 넣겠다는 의지도 확고해 포르셰로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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