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마저 출입 통제… 이재민 완전고립”

  • 입력 2008년 5월 12일 03시 07분


구호의 손길은 언제쯤… 초대형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얀마를 강타한 지 8일째인 10일 라부타 지역에서 생존자들이 임시로 만든 거처에 모여 앉아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라부타=로이터 연합뉴스
구호의 손길은 언제쯤… 초대형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얀마를 강타한 지 8일째인 10일 라부타 지역에서 생존자들이 임시로 만든 거처에 모여 앉아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라부타=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의 참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건물이 부서지고 전기 수도 통신 등 기간망이 모두 두절돼 말 그대로 암흑천지입니다.”

국제구호단체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미얀마에서 국내 의료봉사단체인 그린닥터스가 의료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에 본부를 둔 그린닥터스는 11일 미얀마 양곤의 한 PC방을 통해 활동소식을 부산사무국으로 보내왔다. 현지 통신 사정이 좋지 않아 사진 1장 보내는 데 2시간, e메일 한 통 전송하는 데 1시간이 걸렸다.

그린닥터스 봉사단이 양곤에 도착한 것은 9일과 10일. 봉사단은 수인성 전염병 예방을 위해 수액제와 항생제 등 2억 원 상당의 의약품을 가져갔다. 미얀마는 공산국가로 비자 발급이 제한돼 있지만 그린닥터스 의료단에는 2주간의 비자가 발급됐다.

내과(안유정), 외과(김창수), 안과(정근 단장), 열대의학(김정용) 등 의사 4명과 간호사 및 의료기사 5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현지에서 미얀마 의사 2명과 간호사 2명, 통역 등을 합류시켜 10일 오후부터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했다.

봉사단은 당초 피해가 가장 심한 달라 섬에 들어가려 했으나 노출을 꺼리는 군부의 출입통제 조치로 키아투마티 지역에서 진료를 벌였다.

이곳에서 2시간 동안 봉사단이 진료한 환자만 소아과 39명, 외과 16명, 안과 19명, 내과 21명, 피부과 7명 등 모두 100여 명이다. 쓰러지는 나무에 다친 다리에 고름이 생긴 40대 남자의 다리를 절개하는 등 수술도 3건을 했다.

봉사단은 12일 모비, 13일 두란노 마을, 14일 달라 섬과 이라와디 지역, 15일 달라 섬에서 봉사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봉사단은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해가 지면 진료를 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피해가 심한 지역은 군인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고, 의료단이라도 외국인의 피해 지역 접근은 철저히 차단돼 있다”고 전해 왔다.

이 때문에 봉사단도 지역의 책임자가 허락한 곳만 들어가고, 안전한 건물과 통역이 가능한 선교사가 있는 교회에서 주로 진료를 하고 있다.

양곤에 있는 한 목사 집에서 단체로 생활하며 낡은 트럭을 타고 이동하고 있는 봉사단은 “미얀마 국민들은 현재 국제사회로부터 완전 고립돼 있다”며 구호의 손길을 호소했다. 봉사단은 또 수인성 전염병 조짐과 식량폭동 등 2, 3차 피해도 우려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재앙의 현장, 석기시대 방불”▼

군부, 이재민 굶주리는데도 ‘외화벌이’ 쌀 수출

원조 물자에 장성 이름 붙여 체제선전 악용도

“제발 우리를 도와 달라.”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인한 미얀마의 참상을 9일 본보에 전했던 현지 언론인 타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