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中대사관이 유학생 동원”

  • 입력 2008년 4월 30일 03시 00분


日 아사히신문 “비용 대주고 ‘성화 사수 매뉴얼’ 배포”

서울에서 올림픽 성화 봉송을 지지하던 중국인 시위대의 폭력사태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각국의 중국대사관이 성화 봉송 반대 시위를 막기 위해 현지 중국인 유학생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아사히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성화가 통과하는 세계 곳곳에서 중국 깃발을 흔들던 ‘성화 응원단’도 중국 정부가 주도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26일 일본 도쿄(東京)를 출발해 나가노(長野) 시 성화 봉송 행사에 참가했던 유학생들이 “전날 야간버스로 이동하며 1인당 2000엔씩 교통비를 냈다. 나머지 비용은 모두 대사관 측이 부담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나가노 시 성화 봉송 행사에는 일본 각지에서 중국인 유학생 5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동원된 유학생들에게는 성화 봉송 저지 시위를 막는 요령이 적힌 매뉴얼이 배포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매뉴얼에는 △성화 인수 지점에 각기 20명씩 ‘인간장벽’을 만들어 방해자의 진입을 막는다 △지지 시위대 이외의 대규모 단체를 발견하면 책임자에게 보고한다 △수상한 물건을 발견하면 즉시 신문지나 옷으로 싸서 치운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또 △몸으로 성화 봉송 방해자들을 막는 것은 괜찮지만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큰 소리를 내도 되지만 상대를 모욕하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등 법적 테두리 내에서 시위를 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중국의 이미지가 손상되지 않도록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해석했다.

아사히신문은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서 성화 봉송 방해가 잇따르자 각국의 중국대사관이 중국인 유학생과 화교를 동원해 성화를 지키기로 결정했다고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호주 캔버라에서는 1만 명 이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수천 명의 유학생이 성화 봉송 행사에 동원됐다.

한편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기 기자회견에서 ‘중국대사관이 비용을 부담해 현지 중국인을 동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 같은 질문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즉답을 피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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