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적’ 훈풍 코스피에 이어질까

IBM 등 주요기업 예상밖 선전

금융위기 최악국면 벗어난 듯

코스피지수가 21일 1,800 선을 넘은 것은 미국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돼 뉴욕 증시가 급등한 영향이 가장 컸다. 지난주 IBM, 코카콜라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1분기(1∼3월) 실적을 내놓았다. 메릴린치, 씨티그룹 등 미국 금융기관의 실적은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지난해 4분기(10∼12월)에 비해 호전됐다. 이에 따라 지난 한 주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4% 이상 올랐다.

국내외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세계 증시를 뒤흔들었던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가 이제 어느 정도 안정세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미 금융위기, 최악 상황 벗어난 듯

많은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촉발된 미국 금융시장 위기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위원은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미국 금융위기가 큰 고비를 넘겼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격적 금리인하로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된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 김영각 연구위원은 “씨티그룹 등 미국 금융기관의 1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나빴지만 향후 매출 전망은 높아 3분기(7∼9월)부터 금융권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또 “신용위기가 100%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손실이 이미 기업들의 실적에 상당 부분 반영돼 이전과 같은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 금융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더라도 실물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미국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고용 관련 지표도 안 좋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주 미국에서 발표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퀄컴, 애플 등 주요 기업의 실적과 기존주택매매지표, 신규주택매매지표 등이 향후 뉴욕 증시의 동향과 실물경기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내 증시 큰 폭 상승은 쉽지 않다”

상황이 다소 개선됐지만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1,800 선에 도달한 코스피지수가 당분간 큰 폭으로 추가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현재 증시는 미국 한국의 기업실적 발표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모습이어서 이번 주 발표되는 국내외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면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고, 국제유가도 연일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경기 불안과 고유가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지 않는 한 증시가 더 오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고유가로 인해 1,800 선에서 상승 탄력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1분기 때처럼 혹독한 조정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 파트장은 “추가 상승하기에 다소 힘이 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투자자들은 추격 매입을 하는 것이 위험하다”면서 “앞으로 주가가 다소 하락할 때를 노려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은 정보기술(IT),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투자비중을 늘리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미국 주요기업 1분기 예상 vs 실제 실적(단위: 달러)
기업	예상 주당순이익(EPS)	실제 주당순이익(EPS)
JP모건체이스	0.64	0.68
메릴린치	―1.99	―2.20
씨티그룹	―0.95	―1.02
인텔	0.25	0.25
존슨앤드존슨	1.20	1.26
IBM	1.45	1.65
코카콜라	0.63	0.67
캐터필러	1.33	1.45
자료: 어닝스닷컴, 유진투자증권

이번 주 한국 주요기업 실적발표
일정	기업
22일	LG생활건강 등
23일	KT&G 삼성SDI 등
24일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25일	삼성전자 KTF 롯데쇼핑 하이닉스 하나금융지주 기아차 KT 등
자료: 에프엔가이드, 각 업체

이번 주 미국 주요기업 실적발표
일정	기업
21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머크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22일	야후 AT&T 듀폰 킴벌리클라크 맥도널드 등
23일	아마존닷컴 애플 퀄컴 보잉 등
24일	3M 모토로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25일	웬디스 등
자료: 어닝스닷컴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