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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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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이 t당 100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아시아에서 쌀 사재기와 절도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각국 정부는 이 같은 불법행위가 식량 위기를 부추긴다는 위기감 속에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시장은 패닉 상태”=18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태국산 B등급 쌀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t당 1000달러를 넘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는 쌀 판매업자들이 1220달러까지 가격을 높여 불렀다.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의 쌀 선물 가격은 100파운드당 23.3달러까지 치솟아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 신문은 세계 1위의 쌀 수입국인 필리핀이 벌써 4번째 원하는 물량 확보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쌀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필리핀은 t당 평균 1046달러를 주고도 애초 주문량인 50만 t의 61%밖에 구하지 못했다. 방글라데시는 이번 주에 아예 한 톨의 쌀도 사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쌀값이 오르는데도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격 상승세가 11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태국의 쌀 수출업체 ‘라이스랜드 인터내셔널’의 비차이 스리프라서트 사장은 파이낸셜타임스에 “고객들이 물량 부족을 우려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을 주문하고 있다”며 “시장은 한마디로 패닉 상태”라고 전했다.
베트남 인도 이집트 중국 캄보디아 등 쌀 생산국들은 잇달아 수출을 중단했으나 자국의 수급 상황은 오히려 나빠지는 분위기다. 아지스 니바드 카브랄 스리랑카 중앙은행 총재는 “아시아의 쌀값 폭등은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악덕 ‘허생’들 체포=이런 틈을 타 쌀을 비축해 놓았다가 값이 더 오른 뒤에 되팔려는 현대판 ‘허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필리핀 국가수사국(NBI)은 쌀 관련 범죄 단속반을 긴급 편성해 이들에 대한 집중 검거작업에 나섰다고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NBI는 첫날 기습 단속에서 한 창고에 불법으로 비축돼 있던 쌀 1600t을 찾아냈다.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각료회의에서 “쌀을 훔치는 자는 모두 감옥에 가둬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인도 경찰도 최근 뉴델리와 뭄바이 지역의 식량창고를 기습해 사재기 업자들을 체포했고, 태국 정부는 사재기 단속과 함께 쌀 도둑을 막기 위해 식량저장고 경비를 강화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