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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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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자사의 적나라한 이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문제의 비디오테이프는 ‘플래글러 프로덕션’이라는 비디오 제작업체가 30년간 찍어 온 월마트의 각종 대내외 행사 원본 테이프.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1만5000개에 이르는 이 테이프에는 걸러지지 않은 월마트 간부들의 언행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전했다.
프로덕션 대표였던 마이크 플래글러 씨는 2년 전 월마트가 다른 업체와 계약을 하고 자사와의 거래를 끝내자 이 테이프를 외부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플래글러 프로덕션은 테이프를 1시간 검색하는 데 250달러, 찾아낸 특정 장면을 복사하는 데 추가 비용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플래글러 씨는 월마트에 이 테이프를 넘기는 조건으로 수백만 달러를 요구했으나 월마트는 “50만 달러 이상은 줄 수 없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테이프 공개에 발끈한 월마트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플래글러 씨는 “비디오 촬영과 이후의 사용 제한과 관련해 어떤 공식 계약도 맺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테이프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이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노조는 물론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 다큐멘터리 제작자, 경영서적 저술가까지 다양하다.
특히 변호사들에게는 월마트의 부실한 직원 복지와 직장 성차별 등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거액의 집단소송에서 회사를 압박할 수 있는 자료다. 변호사 다이앤 브렌먼 씨는 “30년간의 방대한 자료는 월마트에 대해 알고 싶은 어떤 정보라도 얻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브렌먼 씨는 플래글러 프로덕션에서 찾아낸 필름을 자신이 담당한 소송의 증거물로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월마트에서 산 가스통이 폭발하는 바람에 화상을 입은 소비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다.
증거물로 낼 필름에는 매니저들이 문제의 가스통에 대해 “펑! 확 불붙어 타버리더군” “대단한 가스통이네. (다른 물체와 충돌했는데도) 폭발하지 않다니”라고 말하는 장면이 들어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