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티베트 문화적 인종학살”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달라이 라마, 진상조사 촉구

망명정부 “1000명 사망說도”

중국 티베트(중국명 西藏·시짱)자치구 라싸(拉薩)에서 발생한 분리 독립 요구 시위가 중국 당국의 강경 대응 속에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AP통신은 16일 인도에 있는 티베트인권민주주의센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 정부의 무력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쓰촨(四川), 칭하이(靑海), 간쑤(甘肅) 성 등의 티베트인 거주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오후 쓰촨 성 아바(阿패)의 한 사원에서 중국 보안군이 ‘티베트 독립’ 등을 외치는 승려와 신도 수백 명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7명을 사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로 인한 정확한 사상자 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의 투브텐 삼펠 대변인은 “14일 라싸에서 격화된 대규모 봉기로 현재까지 80명이 사망하고 71명이 부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망명정부의 지도자 카르마 촌펠 씨는 AFP통신에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사진)는 이날 다람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티베트에서는 중국 정부의 문화적 인종학살(cultural genocide)이 자행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창바 푼콕 시짱자치구 주석은 “라싸는 비상계엄 상태가 아니며 시위 진압을 위해 실탄을 발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관영 신화(新華)통신을 통해 “이번 사태로 시민 10명이 숨졌으며 이 중 일부는 불에 타 숨졌다”고 밝혔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베이징 올림픽이 분리독립 절호의 기회”

中 소수민족 ‘50년 화약고’ 폭발

■ 티베트 유혈사태 왜 일어났나

중국 정부의 유혈 진압을 낳은 티베트 소요 사태는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인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이 위기를 맞았음을 보여 준다는 지적이 많다.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채찍과 당근’ 정책이 더는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교와 문화가 다수 민족인 한족(漢族)과 완전히 다른 티베트 짱(藏)족과 신장(新疆)위구르족은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에 불만이 큰 데다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분리 독립의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어 앞으로도 이런 시위와 저항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당근과 채찍 양면 정책=중국은 그동안 한편으로는 우대정책으로 불만을 억누르면서 독립운동에 대해선 철저한 탄압으로 일관해 왔다.

소수민족에는 먼저 독자적인 언어와 종교, 문화를 나름대로 인정하는 자치권이 부여된다. 중국에는 시짱(西藏), 신장위구르, 광시좡(廣西壯)족, 닝샤후이(寧夏回)족, 네이멍구(內蒙古) 등 5개 자치구와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등 30개의 자치주가 있다.

또 한족엔 엄격한 ‘1가정 1자녀’ 원칙이 적용되지만 소수민족은 2명까지, 경우에 따라서는 3, 4명까지 자녀 출산이 허용된다. 보통 700점 만점인 대학입학시험에서도 소수민족엔 10∼15점의 가산점이 주어진다. 취업을 할 때도 특혜가 주어진다.

하지만 이런 특혜가 독립을 위한 의지를 꺾지는 못한다. 중국 정부 역시 분리 독립운동엔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티베트에서는 1959년 3월 독립을 위한 봉기 때 무려 12만 명이 학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중국 정부는 티베트인들의 시위에 봉기 당일 곧바로 군대와 탱크를 투입했다.

▽한족 동화정책과 올림픽=중국 정부는 형식적으로는 자치권을 주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소수민족을 한족에 동화시키는 정책을 은근히 추진하고 있다.

13억 인구의 90%가 넘는 한족의 우세를 활용해 소수민족 자치구역에서 한족 비율을 자연스럽게 늘림으로써 한족 문화에 동화되도록 하는 정책을 사용하는 것이다. 티베트자치구 역시 현재는 전체 인구 284만1500명의 92.2%가 티베트족이지만 2006년 7월 1일 칭짱(靑藏)철도가 커얼무(格爾木)에서 라싸까지 개통되면서 한족 문화로의 동화는 점차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인도에 망명 중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제14대 달라이 라마(73)와 티베트 현지의 승려 및 신도들을 분리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11대 판첸 라마를 임명하는 등 ‘이간 정책’을 펼쳐 왔다.

결국 1951년 중국 인민해방군에 무력 점령된 뒤 반세기 동안 쌓인 티베트인들의 불만이 이달 10일 티베트 민중봉기 49주년을 맞으면서 폭발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올림픽을 앞두고 무력 진압을 쉽게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대규모 봉기를 부추겼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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