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北주민 접촉 한국인 3명 추방

  • 입력 2008년 3월 7일 02시 46분


러시아에서 북한 주민을 접촉해온 한국인 3명이 최근 러시아 당국에 의해 강제 출국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6일 모스크바의 고위 외교관의 말에 따르면 탈북자를 상대로 선교활동을 해온 성직자 A 씨, 북한 노동자를 고용해 자영업을 해온 B 씨, 주러 북한대사관 인사들과 접촉한 사업가 C 씨가 지난달 중순부터 잇달아 강제 출국 통보를 받고 귀국했다.

러시아에서 체류하던 한인 교민들이 러시아 법규를 위반해 비자 재발급과 러시아 재입국이 거부된 경우는 있으나 강제 출국 조치를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주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강제 출국된 세 사람의 공통점은 모스크바에서 북한 사람들과 자주 접촉했다는 점”이라며 “러시아 당국을 상대로 출국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대사관 측은 비슷한 시기에 강제 출국 조치가 집중됨에 따라 북한 당국이 이번 조치에 관여했는지에 대한 파악에 나섰다.

모스크바에 주재하는 한 외국 외교관은 “남한 교민의 강제 출국은 러시아 당국이 북한 측의 항의를 받아들인 결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최근 탈북자가 남한 교민에 의해 보호받거나 고용된 사실이 적발될 경우 외교 채널을 통해 러시아 당국에 강력히 항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또 모스크바 시내와 인근 도시에 체류하는 북한 노동자와 탈북자가 1000명을 넘어서자 북한 주민과 한국 교민의 접촉에 대해 감시 태세를 강화해왔다.

다른 외교관은 “한국대사관은 이 문제에 정면 대응할 경우 남한 북한 러시아 3국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대사관 측은 강제 출국 조치를 받은 한국인 중 일부가 최근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북한 주민과 무관하게 러시아 현행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