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 2008]민주당 경선 현장 르포

  • 입력 2008년 3월 6일 03시 00분


“힐러리의 경륜” “오바마의 변화”

시민들 거리 곳곳서 즉석토론

4일 오후 10시 미국 오하이오 주도인 콜럼버스 학술협회 건물.

지지자 2만여 명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행사장에 들어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사람들은 ‘오하이오 주에서 지면 그것으로 미국도 그만’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하지만 오하이오 주에서의 승리로 미국이 부활했고, 이번 선거도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며 기세를 올렸다.

지난달 5일 ‘슈퍼 화요일’ 이후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11차례의 경선에서 내리 패배해 중도 사퇴 압력을 받아 온 힐러리 후보는 이번 ‘제2차 슈퍼화요일’ 경선을 통해 기사회생의 전기를 잡았다.

붉은색 재킷을 걸친 힐러리 후보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낸 듯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승리를 자축하는 연설에서 “이제 (민주당 경선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새롭게 시작됐다”며 “우리는 흔들림 없이 계속 나아가 (11월 대선까지)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같은 시간 오바마 후보는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에서 지지자들 앞에 섰다. 그는 “오늘 결과에 관계없이 우리는 여전히 대의원 수에서 크게 앞서고 있고 그 격차는 유지될 것”이라며 “민주당 후보 지명전의 최종 승자는 우리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민주당의 두 예비후보는 4일 프라이머리(예비경선)가 끝나자마자 코커스(당원대회)로 이어진 텍사스 경선에서 막판까지 초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특히 텍사스 주도 오스틴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토론장으로 변한 듯 경선 열기로 뜨거웠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주 의회 의사당 주변과 텍사스주립대 등에서 두 후보에 대한 지지모임을 갖고, 즉석에서 의료보험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라크전쟁, 이민문제 등 주요 이슈에 관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세인트존스루터교회에서 투표를 마친 에스더 앵귀아노(45) 씨는 “처음으로 변화에 대한 희망과 인종 간 단합 가능성을 보여 준 오바마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의사당 앞에서 만난 가닛 세가이(28) 씨도 “오바마 후보는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 시절 5만 명의 아이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했으며 이후 연방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뒤에도 자신의 말을 실천했다”고 말했다.

반면 텍사스주립대 화학과 4년생인 애널린 크로(22) 씨는 “국정 운영의 경험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며 “공허하게 들리는 ‘개혁’ 공약보다는 의료보험 문제 등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한 힐러리 후보가 더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250만 명이 넘는 투표자가 참여한 텍사스 프라이머리의 열기는 오후 7시 15분에 시작된 코커스로 이어졌다. 라일리 초교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오후 6시 반부터 유권자들이 몰리기 시작해 오후 7시에는 500명이 넘는 민주당원이 집결했다.

30년째 선거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는 팀 티슐러 씨는 “한마디로 놀라운 열기”라며 “텍사스가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우위 지역)라는 평판이 무색할 정도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경선 참여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오스틴(텍사스 주)=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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