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적과의 동거’

  • 입력 2008년 1월 15일 03시 04분


美네오콘 핵심논객 크리스톨 칼럼니스트로 영입해 충격

독자 항의메일 쇄도… “다양한 목소리 반영” 게재 강행

‘적과의 동침.’

뉴욕타임스에 1월부터 윌리엄 크리스톨(사진) 위클리스탠더드 편집장이 칼럼니스트로 합류한 것을 놓고 미국 미디어업계에선 이런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그동안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 온 진보 성향인 반면 크리스톨 편집장은 이라크전쟁의 정당성을 옹호해 온 네오콘(신보수주의) 대표 논객이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어빙 크리스톨) 역시 네오콘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크리스톨 편집장은 과거 뉴욕타임스에 대해 ‘일류 신문이기를 중단한 신문’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의 주 활동무대도 폭스방송, 월스트리트저널 등 보수 매체였다.

이 때문에 크리스톨 편집장이 올해부터 뉴욕타임스에 매주 칼럼을 게재하는 데 대해 미디어업계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다.

뉴욕타임스는 13일 독자의 불만을 전하고 해명하는 옴부즈맨 칼럼을 통해 그 배경을 설명했다.

옴부즈맨 칼럼에 따르면 크리스톨 편집장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발탁한 사람은 아서 설즈버거 회장이었다.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면에 보수 논객을 포함시킴으로써 미국 사회 전체의 다양한 시각을 보여 주자는 취지였다는 것.

그러나 크리스톨 편집장의 칼럼은 전통적 뉴욕타임스 독자들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크리스톨의 뉴욕타임스 합류 이후 700여 통의 e메일이 도착했는데, 이 중에서 찬성한다는 의견은 한 통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그의 발탁은 1972년 뉴욕타임스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연설 원고를 맡았던 윌리엄 새파이어를 칼럼니스트로 발탁한 것에 비유된다. 당시 뉴욕타임스가 보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발탁한 새파이어는 뉴욕타임스에서 30년 넘게 장수했다.

일단 크리스톨 편집장은 1년 계약으로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게재한 뒤 이후 ‘1년간의 동거’를 계속 이어갈지 결정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크리스톨 편집장은 지금까지 두 차례 칼럼을 썼다. 14일자 칼럼에서도 그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미군 병력을 증원하는 등 전략을 변경하면서 이라크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데도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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