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 2008]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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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미국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지지자들이 프라이머리(예비경선) 개표 초반 힐러리 후보가 1위로 나타나자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맨체스터=EPA 연합뉴스
8일 미국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지지자들이 프라이머리(예비경선) 개표 초반 힐러리 후보가 1위로 나타나자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맨체스터=EPA 연합뉴스
8일 미국 뉴햄프셔 주 내슈아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지지자들이 프라이머리 개표 초반 오바마 후보의 득표수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밀리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내슈아=로이터 연합뉴스
8일 미국 뉴햄프셔 주 내슈아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지지자들이 프라이머리 개표 초반 오바마 후보의 득표수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밀리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내슈아=로이터 연합뉴스
힐러리 “뉴햄프셔가 날 부활시켰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승리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8일 저녁 활짝 웃었다. 전날 밤까지도 10%포인트 이상 뒤질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은 대역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9시 서던뉴햄프셔대 체육관에 나타난 힐러리 후보는 “오늘 벅찬 가슴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연설 마지막에 “이 나라는 그렇게 싸워 지킬 가치가 있다. 감사한다”라고 목청껏 외치는 모습은 24시간 전 패배를 우려하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힐러리 후보는 7일 밤 맨체스터 공항 부근 유세장에서 15분 이상 연설을 했다. 지루한 느낌을 줄 정도였다. 막바지엔 ‘야구장의 8회말 관중’처럼 자리를 뜨는 이도 적지 않았다. 8일 아침 투표장에서 마주친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특유의 쾌활함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경선 결과가 나온 뒤는 달랐다. 체육관에 모인 800여 명은 환호성을 지르며 ‘변화를 이끌 준비된 지도자’라는 피켓을 흔들어 댔다. 득표 상황은 대형 TV 화면을 통해 생중계됐고 예상 밖 승리에 장내는 축제 분위기였다.

이날 모인 지지자들의 화두는 단연 힐러리 후보의 부활이었다. 힐러리 후보도 연설에서 “여러분이 내게 선물한 ‘컴백(부활)’을 내가 (훗날 대통령이 된 뒤)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힐러리 후보의 예상치 못한 승리는 전날 그가 살짝 내비친 눈물에 힘입은 것일까. 힐러리 후보의 눈물을 현장에서 지켜본 이들은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여성 민주당원 15명이었다.

개표 결과 힐러리 후보는 여성표 대결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를 47% 대 34%로 이겼다. 여성표에서 오바마 후보가 36% 대 34%로 힐러리 후보를 제쳤던 전날 갤럽 여론조사를 뒤집은 것. 여성 유권자들에게 “눈물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 무리는 아닌 셈이다.

오바마 “다시 뛰자, 우린 할 수 있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석패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8일 저녁 내슈아고교 체육관에서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라는 제목이 붙을 법한 연설을 했다.

오바마 후보는 ‘2연승’을 기대하며 몇 시간이나 기다린 지지자들에게 우선 “승리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박수를 보내자”고 제안했다. 수동적인 박수가 잠깐 나왔다 사라졌다. 그는 이어 “여전히 힘이 펄펄 난다. 다시 뛰면 된다”며 낙담한 지지자들을 달랬다.

그러면서 오바마 후보는 ‘Yes, we can’ 구호를 꺼냈다. 아이오와에서 시작된 ‘검은 돌풍’은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며 승부의 분수령이 될 2월 5일 ‘슈퍼 화요일’을 향해 흔들림 없이 전진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은 메시지였다.

그는 “자유를 찾아 달아난 흑인 노예가, 자연과 맞서 싸웠던 서부 개척자가, 선거권을 요구하며 남성 중심 사회에 맞섰던 여성이, 달나라에 사람을 보낼 수 있다고 확신하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결연한 의지를 다짐할 때 쓰던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구호를 연설 곳곳에 10번 이상이나 반복했다. 지지자들도 “Yes, we can”을 연호하면서 오바마 후보의 연설에 호응했다.

오바마 후보는 “여러 훌륭한 후보가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우리의 선거운동은 분명히 다르다”며 “이번 선거는 우리 같은, 미국을 사랑하는 미국 시민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과정에 의미가 있다”고 차별성을 거듭 강조했다.

오바마 후보의 연설대 뒤쪽에 배열한 지지자 5, 6명 중 2, 3명은 흑인이었다. 26일 치러질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경선을 앞두고 다분히 흑인 표를 의식한 제스처로 보였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민주당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흑인이다. 반면 뉴햄프셔 유권자의 95%는 백인이다.

맨체스터(뉴햄프셔주)=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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