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訪佛은 죽음의 키스”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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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의 방문은 프랑스에 ‘죽음의 키스’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라마 야드 프랑스 인권담당 차관이 10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의 프랑스 방문을 격렬히 비난했다.

발언이 나오자 사르코지 대통령은 31세의 흑인 미녀인 야드 차관을 엘리제궁으로 불러들여 20여 분간 질책했다고 프랑스 언론이 전했다.

야드 차관은 일간지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이날 프랑스를 찾은 카다피 지도자를 겨냥해 “프랑스는 그의 신발에 묻은 피를 떨어내는 ‘흙떨이’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권을 담당하는 ‘차관(secr´etaire d'Etat)’은 형식상 외교부 장관(ministre) 밑에 있지만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총리를 직접 보좌하는 각료다. 대통령의 외국 국가원수 초청을 대통령이 선임한 각료가 비난한 셈이다.

그러나 인권운동가 출신인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교장관은 “야드 차관이 할 말을 했다. 그게 내가 그에게 부여한 임무다”라고 말해 ‘직접 하기 어려운 말을 야드 차관을 통해 했다’는 인상을 풍겼다.

야드 차관은 이미 여러 차례 독자 행동을 한 전력이 있다. 9월엔 쫓겨날 처지에 놓인 불법 입국자들의 캠프를 방문했고 정부가 추진한 이민자 대상의 유전자 검사(ADN)법에도 반대했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당시 이를 ‘젊은 차관의 혈기’로 봐 주고 넘어갔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제적 이익이 달아날 뻔한 이번 사태는 다르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피용 총리는 “귀국 후 야드 차관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논란 속에 프랑스를 찾은 카다피 지도자는 에어버스 여객기 21대, 라팔 전투기 14대, 민수용 원자로 등의 구매 계약을 체결하며 풍성한 ‘선물보따리’를 안겼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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