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新화교 “중국집은 잊어주오”

  • 입력 2007년 12월 11일 03시 01분


일본에서 정보기술(IT)산업, 무역업 등에 종사하는 고소득층 ‘신화교(新華僑)’가 늘고 있다.

중국이 2004년 이후 일본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부상하고 양국 간 교류가 확대되면서 일본 기업에서 중국계 ‘글로벌 인재’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21세기형 ‘신화교’의 파워=일본에 거주하는 화교는 지난해 56만여 명으로 1997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중국인 유학생도 8만여 명에 이르러 외국인 대학생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20세기 초반에 이주해 온 화교들은 주로 요코하마(橫濱), 고베(神戶) 등 항구도시의 차이나타운에서 요식업을 운영하거나 부두 노역자로 일하는 영세민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일본을 찾는 중국인들은 무역업, 생명공학기술(BT), IT 산업 등에 종사하는 화이트칼라 고소득자가 대부분이라고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 최신호(17일자)가 보도했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교육수준 향상에 힘입은 결과다. 중국 대학의 과학 전공자는 매년 250만 명으로 10만 명에 불과한 일본의 과학 분야 인적 인프라스트럭처를 보충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졸업 후 일본 현지 기업에 취업해 신화교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일본인들의 중국어 학습 수요가 늘면서 중국인 강사의 외국어 교육업계 진출도 두드러진다. 문부성 조사에 따르면 중국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 고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채택된 제2 외국어로 나타났다.

연예계에서도 청소년 사이에 인기가 높은 아이돌그룹 모닝구무스메가 중국인 멤버 2명을 새로 영입하는 등 21세기형 화교의 활동 영역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저팬 드림’ 꺾는 반중(反中) 감정=중국인들은 소득과 생활수준이 높은 일본으로 ‘저팬 드림’을 품고 유학 또는 이민을 가고 있다. 타임은 과거 중국 음식점만 즐비하던 차이나타운에 첨단 IT 기업과 무역컨설팅 회사가 들어서며 저팬 드림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일본 정부의 외국인 차별 정책이 이 같은 꿈을 꺾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생활하는 중국인들은 자신들을 여전히 후진국 국민으로 무시하는 태도와 까다로운 비자 발급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일본 정부의 여론조사에서 ‘중국에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은 63.5%에 이르렀다. 이는 197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고 마이니치신문이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산 제품의 신뢰도 하락 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중국인에 의한 범죄나 사기 사건도 반중 감정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2005년 외국인 수감자 국적 조사에서 중국인 비율이 41.1%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중국인에 대한 인식이 더욱 악화됐다.

경제저널리스트 혼마 도시노리(本間俊典) 씨는 “중국과 일본 기업에서 ‘글로벌 인재’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양국 간의 활발한 인적 교류를 통해 일본의 반중 감정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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