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토머스 프리드먼]탄소배출권시장 인도가 웃는다

  • 입력 2007년 11월 1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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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 ‘Y2K 밀레니엄 버그’ 신드롬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많은 사람이 ‘2000년이 시작되는 순간 내장시계 오작동으로 모든 컴퓨터가 멈춰 버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 세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던 그때, 인도 사람들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인도에는 어떤 컴퓨터 문제든 저렴한 가격으로 해결해 줄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인력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도 사람들에게 Y2K는 국가 경제를 일으켜 세워 준 더없이 고마운 기억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인도의 프로그래밍 아웃소싱 산업이 시작된 계기가 바로 Y2K였기 때문이다.

그 인도에 이제 Y2K보다 훨씬 큰 규모의 경제적 기회인 ‘E2K’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E2K란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산업이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전 세계 대부분의 기업이 E2K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인도 기업들은 이 새로운 사업영역에서 이미 충분한 기반을 갖췄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제조업체인 미국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은 “내년 말까지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앞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갈수록 강화되는 탄소 배출 관련 규제와 세금 때문에 앞으로 많은 기업이 델 컴퓨터의 뒤를 따를 것이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대변혁이다. 탄소연료 사용 현황을 제어하고 배기량을 줄이기 위해 엄청난 양의 소프트웨어와 관련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누가 가장 싼 값으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인도의 몇몇 앞서 가는 프로그래밍 아웃소싱 업체는 이미 E2K 시장을 겨냥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인도 최대의 프로그래밍 아웃소싱 기업 가운데 하나인 인포시스 테크놀로지의 난단 닐카니 공동대표는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문제는 Y2K 때처럼 절박한 시간 제한은 없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기업들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Y2K 문제가 절박해졌을 때 일부 회사는 기존의 컴퓨터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프로그램 업그레이드만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회사는 좀 더 장기적인 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Y2K 문제 발생이 예상되는 기존 시스템을 모두 버리고 더 간결하고 효율적인 새 시스템을 도입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정보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을 ‘IT’라 부르는 것처럼 에너지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에너지 기술(energy technology)은 ‘ET’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원자재 구입비와 전기 사용료를 줄이고 물류 시스템을 간결하게 만드는 모든 활동이 포함된다.

닐카니 대표는 “기업의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고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작업은 규정을 지키기 위한 의무적 비용 지출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델 컴퓨터와 같은 대기업들에 이런 사실을 알리는 것이 인도 E2K 사업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포시스 테크놀로지는 태양열 에너지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IBM도 E2K 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는 인도 기업들과 달리 IBM은 소비자 중심의 E2K 사업을 펴 나갈 것이다.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 청년들에게 E2K는 새로운 해답이 될 수 있다. 환경컨설팅전문가와 환경디자이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힌두어 구사 능력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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