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힐러리 “매사에 계산적이고 차가워”

  • 입력 2007년 11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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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세력 “주는것 없이 싫다”

반대 사이트 우후죽순 확산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3주 전 이혼했을 때 미국의 정치 블로그에는 아내 세실리아의 인간적 선택을 칭찬하는 글들이 올랐다. 엘리제궁 생활을 갓 시작했지만 마음이 멀어진 대통령 남편을 등진 세실리아에게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런 세실리아 동정론의 이면에는 ‘힐러리 때리기’가 도사리고 있었다. 1998년 초 남편 빌 클린턴 대통령이 23세의 대학생 인턴과 바람을 피운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 퍼스트레이디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끝내 “남편이 밉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NBC 주부 프로그램에 출연해선 “우파의 거대한 음모”라는 말까지 했다.

요즘 미국 정치권에선 힐러리 반대 운동이 힐러리 의원의 내년 대통령선거 독주를 얼마나 견제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시사주간 타임은 19일자에서 “힐러리 의원이 압도적 선두지만, 공화당이 기대를 거는 건 다름 아닌 바로 힐러리(에 대한 대중의 반감)”라고 썼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의 당내 지지율은 47%. 당내 2위 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25%)을 두 배 가까이 앞서고 있다. 캠프에선 오히려 “대세론이 제일 큰 적”이라고 경계할 정도다.

이런 독주가 계속되다 보니 인터넷에서는 보수단체의 지원을 받는 ‘어게인스트힐러리닷컴’ ‘스톱허나우’ 등 안티 힐러리 사이트가 수없이 개설돼 있다.

일부는 10년 넘게 그를 관찰한 자료를 축적해 뒀고, 제법 그럴 듯한 플래시 동영상과 만평을 정기적으로 싣고 있다. 힐러리 의원이 6일 아이오와 주에서 대중연설을 할 때 캠프 실무자가 “환경문제 물어 달라”고 사전 요청한 사실이 9일 공개된 것도 힐러리 의원에 관련된 사안이어서 더욱 부각됐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0일 “너무 계산적이라는 평이 딱 들어맞는다”고 꼬집었다.

힐러리 의원이 1위 자리를 오래 지키면서 이런 부정적 인상 비평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의 24시간 일거수일투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한 케이블TV 뉴스는 힐러리 의원의 과장된 웃음을 편집해 1분 이상 틀어줬다. “으하하하…” 하며 웃는 웃음은 보기에 따라 호방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웃음이 너무 길고 왠지 부자연스럽다는 점이 지적됐다.

힐러리 캠프의 고민은 “힐러리는 무조건 싫다”는 비우호 세력을 어떻게 잠재우느냐다. 힐러리 의원은 지난달 여성 패션잡지 에센스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로맨틱하고 결혼생활이 행복하다”며 남편이 사다준 샤넬 손목시계, 기린 목각인형을 꺼내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비판자들에겐 평범한 주부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이런 노력조차 곱게 보이지 않는다. 힐러리 의원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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