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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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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핵협정 부진하자 친러 선회… 원전4곳 건설 계약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12일부터 이틀 동안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 쿠단쿨람에 원자력발전소 4기를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인도와 러시아의 핵 협력 강화 움직임은 미국을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7월 인도와 민간 핵 협정을 체결하는 등 인도 끌어안기에 나선 상태다.
미국은 이 핵 협정을 통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인도가 국제사찰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핵 기술과 연료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북한 이란의 핵문제 등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촉발했다.
인도 내에서는 집권 연정 파트너인 인도공산당(CPM)이 “핵 주권 포기”라며 협정에 반대하고 있어 협정 시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과 핵 협정을 맺은 인도가 이 같은 국내외의 복잡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핵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전력 사정이 급하기 때문이다.
인도에선 최근 매년 9% 이상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전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인도의 전기 생산량은 현재 12만2000MW로 10년 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하지만 전기 보급률이 도시는 57%, 농촌은 44%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 화력(71%)과 수력(25%)에 발전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인도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원전 증설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체 발전량의 3%만을 담당하고 있는 원전 발전량을 2050년에는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인도는 1998년 핵무기 보유국이 됐으나 NPT에 가입하지 않아 핵 관련 기술과 물질의 이전 및 수출입이 금지돼 있다. 이로 인한 핵연료 부족으로 이미 건설된 원전 중 5기의 가동을 올해 중단해야 했다.
실제로 인도의 전력난은 일상생활에서 매일 접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30일 인도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뭄바이 시 중심가. 비즈니스맨들이 즐겨 찾는 식당 ‘자펜고’에 들어가자 뉴욕 런던 등 서구 유명 도시의 식당 못지않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 같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장식의 전등 대신 테이블마다 양초가 켜져 있었다. 단전(斷電) 때문이었다.
3일 기자가 방문한 벵갈루루도 마찬가지였다. 인도 정보기술(IT) 산업 매출의 47% 이상을 차지해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곳이지만 전기 부족은 다른 곳과 차이가 없었다. 인도 IT 기업 중 매출 2위인 ‘인포시스’의 홍보담당자는 23만 m²(약 7만 평)의 사무단지를 안내하면서 정전에 대비한 자체 발전 설비를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4일 벵갈루루 대학에서 열린 한국어 강좌는 당초 카세트테이프를 이용해 수업할 예정이었으나 정전 때문에 파행으로 진행됐다.
인도가 ‘슈퍼 코끼리’로 성장하기 위해선 전력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뭄바이·벵갈루루=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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