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佛 ‘밀월 모드’로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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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7일 워싱턴 마운트버넌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웃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7일 워싱턴 마운트버넌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웃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사르코지 “할리우드가 우리세대 꿈 키웠다” 찬사

“(이라크전쟁에 관해) 우리는 의견 차가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향해 힘겹게 가고 있는 이들이 자유세계의 도움을 원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아무런 견해차도 없다고 생각한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프랑스가 원했던 것은 민주적이고 다양하고 안정되며 스스로를 보호하고 통치할 수 있는 이라크였다.”(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올 5월 사르코지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프랑스 관계가 급속히 회복되고 있지만 이라크전쟁은 여전히 감정적 앙금이 많이 남아 있는 주제였다. 사르코지 정부는 이라크 침공에 반대한 프랑스의 결정은 옳았으며 전쟁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고수해 왔다.

마침내 양국 정상은 7일 이라크 문제를 테이블에 꺼내 놓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교환했다. 워싱턴 근교 마운트버넌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다.

공동회견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양국 간에 견해차가 있었다 해도 그것이 동맹과 우정, 연대를 해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레바논과 이란 문제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노력을 치하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앞서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이라크전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군 병사들의 희생에 대해 깊은 위로의 뜻을 전했다.

“세계 어딘가에서 미군 병사가 쓰러질 때마다 나는 미군이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프랑스를 위해 해 준 일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이란의 핵무장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응답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또 “우리 세대는 할리우드로부터 상상력과 꿈을 키워 왔다. 미국의 가장 큰 힘은 도덕적이고 영적인 기질”이라며 미국 문화와 가치를 치켜세웠다. 미국 대중문화에 맞서 문화적 자존심을 강조해 온 프랑스 국가원수의 찬사이기에 반향은 컸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날 의회 연설은 미-프랑스 관계가 복원의 궤도에 완전히 올라섰음을 보여 준 이벤트였다. 자리를 가득 메운 상하원 의원들은 연방 기립박수를 보냈다.

뉴욕타임스는 “프랑스 제품 불매 결의안을 논의하던 시절의 성난 분위기는 사라졌다”며 “프랑스가 용서받았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사르코지가 장외홈런을 쳤다”며 “미-프랑스 관계의 극적인 르네상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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