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난관리청, 직원이 기자역할 가짜브리핑

  • 입력 2007년 10월 29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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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Sir). 이번 캘리포니아 산불에 대한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대응에 만족하십니까?”

“아주 만족합니다. 매우 효율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이 기승을 부리던 23일 케이블TV 뉴스 채널을 통해 FEMA의 브리핑 생중계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조금 고개를 갸웃했다.

하비 존슨 FEMA 부청장에게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이 매우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국토안보부 장관과 FEMA 간부들이 이미 산불 현장으로 가고 있다던데 그들의 목표는 무엇인가?” 존슨 부청장은 “여러분은 탁월한 리더십, 훌륭한 업무협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목격하고 있다”며 “이런 대응은 카트리나 때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카트리나 재해 당시 늑장대응으로 비판 받았던 FEMA가 당당히 명예회복을 한 듯한 이 브리핑은 조작된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FEMA는 이날 낮 12시 45분경 “오후 1시에 워싱턴 시내 FEMA 청사에서 산불 관련 브리핑을 한다”고 발표했다. 기자들이 15분 안에 FEMA 청사에 도착하는 건 물리적으로 어려웠다.

항의하는 기자들에게 FEMA는 “참석 못하는 분을 위해 브리핑 내용을 들을 수 있는 수신자 부담 전화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청사에 대기시켜 놓은 TV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 기자석엔 공보실 간부들이 앉아 손을 들었다. 뒤늦게 워싱턴포스트가 이를 폭로하자 FEMA는 26일 사과 성명을 내면서 “가능한 한 더 많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백악관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논평했고, 국토안보부는 징계를 시사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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