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여기자 6명 ‘용기있는 언론인상’ 수상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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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밝은 미래 물려주려

주변에 신분 숨긴채 목숨건 취재”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을 매일 합니다. 친척들에게조차 우리 직업을 밝힐 수 없는 이중의 삶을 삽니다. 가는 곳마다, 던지는 질문마다 목숨을 건 위협이 따라붙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미국 매클래치신문의 사히르 이사 기자)

국제여성언론재단(IWMF)이 주는 올해 ‘용기 있는 언론인상’에 이라크 여기자 6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 선정됐다.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받은 수상자는 매클래치신문의 이라크 바그다드 지국에서 근무하는 여기자 6명. 대표로 시상식에 참석한 이사 기자는 언론인이 매주 1명꼴로 사망하는 최악의 취재 환경에서 일하는 고충과 사명감을 피력했다.

이사 기자는 “무법천지인 이라크에서는 매일 무고한 사람들이 이유도 없이 피 흘리며 죽어가고 있다”며 “이런 곳을 취재한다는 것은 잠시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위험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이라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거나 이라크에서 사람의 죽음이 대수롭지 않게 치부되는 상황이 견딜 수 없었다”며 “아이들에게 이런 미래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오늘도 펜을 잡는다”고 말했다.

시상식 참석자 500여 명은 “우리가 세상을 향해 이해와 관용의 다리를 놓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이사 기자의 호소를 기립박수로 격려했다.

이 밖에 임신한 몸으로 구타와 옥중 출산을 감내하면서 정부 비판 기사를 쓴 에티오피아의 서칼렘 파실 기자, 정부 부패와 범죄를 집요하게 파헤친 멕시코의 리디아 카초 기자가 수상자 명단에 포함됐다.

짐바브웨 무가베 정권의 비리를 폭로하기 위해 영국 시민권을 버리면서까지 짐바브웨에 남아 취재를 계속한 페타 소니크로프트 기자는 IWMF의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수상자들은 신변의 위험 때문에 시상식 사진 촬영을 거부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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