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르포]세계 브랜드 경연장 日 긴자 대탐험

  • 입력 2007년 10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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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銀座의 마법’ 명품을 홀리다

《“일본은 우리 회사 매출의 22%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다. 특히 도쿄 긴자(銀座)점은 상품을 팔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진수를 전파하는 플래그십(기함·旗艦) 점포다.”(마크 리 구찌 최고경영자)

“일본 시장이 루이비통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 정도다. 하지만 해외여행을 하면서 사는 제품까지 합하면 루이비통 전 세계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명품전문가 미타무라후키코·三田村로子 씨)

“일본에서는 200만∼300만 엔(약 1600만∼2400만 원)이나 하는 고급시계 ‘브레게’가 연간 수천 개나 팔린다. 모든 일본인에게 스와치와 브레게 등 우리 시계를 팔겠다.”(니콜라스 하이에크 스와치그룹 회장)

일본에서 가장 비싼 상업지로 꼽히는 긴자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의 명품 브랜드들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대형화·고급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 긴자 전체가 리모델링 바람

7일 오전 긴자를 관통하는 간선도로인 주오도리(中央通り)와 마로니에도리가 만나는 사거리.

명품으로 치장한 50대 여성 1명과 20대 여성 2명 등 일행 3명이 긴자 일대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명품 가게 위치를 빨간 볼펜으로 표시해 놓은 지도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이들이 쇼핑을 한 마쓰야백화점 긴자본점은 지난해 일본의 모든 백화점 중 매출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백화점 1, 2층 일부를 널찍한 전용 매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루이비통이 지난해 가을 내부를 대대적으로 새로 단장한 효과가 백화점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구찌도 지난해 11월 하루미도리(晴海通り)에 카페와 화랑까지 갖춘 8층짜리 자체 건물을 선보였다. 이 건물은 개점 초기 입구까지 가는 데만 30분 이상이 걸릴 정도로 긴 줄이 늘어서 화제를 모았다.

구찌 건너편에 있는 에르메스는 이보다 한 달 전 매장 면적을 25%가량 늘리는 확장공사를 마치고 새로 문을 열었다.

○ 너도 나도 “세계 최대”

최근 리모델링을 마쳤거나 신·증축 공사를 진행 중인 명품 브랜드들은 하나같이 ‘세계 최대’를 표방하고 있다.

일본 시장이 전체 매출의 26%를 차지하는 불가리는 마쓰야백화점 건너편에 11층짜리 ‘불가리 긴자 타워’의 마무리 공사를 진행 중이다. 12월 문을 여는 이 건물의 매장 면적은 불가리의 전 세계 매장 가운데 가장 크다.

불가리는 이 안에 핸드백 시계 보석 등의 매장뿐 아니라 이탈리아식 레스토랑, 이탈리아풍 정원, 중요 고객 전용클럽 등을 마련해 부유층을 공략할 계획이다.

조르지오아르마니가 구찌 건너편에 11월 새로 문을 여는 점포도 아르마니 매장 중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 브레게와 오메가 등의 브랜드를 가진 스와치그룹은 마쓰자카야백화점 근처에 매장 면적이 세계 최대 규모인 자체 건물을 마련해 6월 문을 열었다.

○ ‘루이비통 신화’ & ‘코치 마법’

명품 브랜드들이 너도 나도 긴자로 몰려드는 이유는 일본인들의 명품 선호현상이 유별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루이비통 핸드백은 명품이라기보다는 ‘국민 핸드백’에 가깝다. 한 경제연구소의 2003년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20대 여성은 2명 가운데 1명꼴로 루이비통 핸드백을 가지고 있다.

루이비통 핸드백이 있는 일본인이 3000만 명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다. 루이비통 저팬의 매출은 매년 1500억 엔(약 1조2000억 원)을 웃돈다.

일본시장은 명품이 아닌 브랜드를 명품으로 만들어 내는 ‘마법’까지 부린다. 미국의 가죽제품 브랜드인 코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코치는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원래 직장인들을 겨냥한 ‘실속’형 브랜드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코치는 일본시장에 진출하면서 한정 생산 등의 전술로 명품으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05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코치가 일본시장에서 올린 매출은 481억 엔(약 3800억 원)으로 5년 전에 비해 무려 5배나 늘었다.

미타무라 씨의 저서 ‘브랜드 비즈니스’에 따르면 일본 법인을 경영하는 이탈리아의 한 사업가는 일본 명품시장의 특징과 장래성을 이렇게 분석했다.

“일본인들은 집단적으로 보는 마법을 좋아한다. 일본인들은 좋은 의미에서 유치한, 즉 젊은 국민이다. 아마 앞으로 1000년간은 성숙하지 않을 것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신흥 경제 강국에도 명품 열풍▼

악마는 프라다를 입고 중국과 러시아의 부자는 샤넬을 입는다? 신흥 경제 강국으로 떠오르는 중국과 러시아, 인도에서도 명품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은 이미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명품 시장으로 떠올랐다. 투자회사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2015년경 미국을 제치고 일본과 명품 판매량 1위를 다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사주간 타임은 최근 특집호에서 이들 3국 소비자들의 명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외국 유명 명품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반면 인도에서는 아직 자국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았다.

중국의 고소득자가 ‘명품’이라고 생각하는 브랜드는 샤넬이 42%로 가장 높았고 △롤렉스 △라코스테 △디올 △발리 등의 순이었다. 조사 대상은 월소득 1만5000위안(약 183만 원) 이상 411명(중복 응답)이었다.

월소득 5만 루블(약 183만 원) 이상의 러시아 고소득자 400명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한 결과 샤넬이 3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조르지오아르마니 △디올 △돌체앤가바나 △베르사체 등의 순이었다.

명품 브랜드의 인지도 조사에선 중국의 경우 롤렉스가 76%로 가장 높았고 러시아에서는 베르사체와 디올이 95%로 가장 높았다.

실제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는 명품 조사에서는 중국은 라코스테, 러시아는 불가리가 가장 많았다.

인도는 자국 생산 브랜드를 명품으로 꼽은 응답자가 많았다. 고소득층에 속하는 월소득 4만 루피(약 93만 원) 이상 41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인도의 남성용 셔츠 브랜드 ‘파크애비뉴’(51%)를 명품으로 생각한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이 잡지는 인도 여성들이 주로 전통의상인 사리를 즐겨 입고 남성은 셔츠를 외출복으로 선호해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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